[스태그플레이션 위기]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 커져 하반기 경기둔화 본격화… 내년까지 지속 예상한은, 성장률보다 높은 물가상승 잡기 나설듯 홍준석 기자 jshong@sed.co.kr 한국 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하반기 들어 경기둔화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물가는 더욱 치솟으며 스태그플레이션(인플레 속 경기둔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한국은행에서 공식 경보를 울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비관적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때문에 한은이 물가만이라도 확실하게 잡기 위해 연내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하반기 성장률 3%대로 추락=한은은 1일 올 경제성장률을 연 4.6%로 수정했다. 지난해 말 4.7% 전망치에서 0.1%포인트 하향해 미세조정에 그친 듯한 양상이다. 지난 5월 초 이성태 총재의 “4.5% 이하가 될 것”이라는 전망치보다 오히려 높아진 수치. 수출호조세가 예상보다 탄탄해 상반기 성장률이 당초 4.9%에서 5.4%로 크게 올라갔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반기 성장률이 3%대로 급전직하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은은 당초 전망치 4.4%에서 3.9%로 낮췄다. 성장률이 3%대로 추락한 적은 2005년 2ㆍ4분기 이후 3년 만이다. 그나마 이 정도로 낮춰진 것도 지방세 교부금과 민생안정자금 등 약 7조3,000억원가량의 정부 재정 지출 덕분이라는 것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추경 집행으로 약 0.2~0.3%포인트 성장률 상승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뒤집어 말하면 추경 집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하반기 경제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는 얘기다. 한은은 고유가와 세계경제 성장률 둔화 등 국내외 여건이 악화돼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원유 도입단가의 경우 배럴당 81달러로 봤으나 유가가 급등하면서 하반기 128달러로 높였고 세계경제 성장률도 4.6%에서 3.8%로 낮췄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국제유가는 하반기에도 수급사정이 쉽게 개선되기 어렵고 원유시장으로의 투기자금 유입도 계속되면서 고공행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수출 호조-내수 부진 양극화 심화=작금의 상황은 내수 부진을 수출이 메우는 양상이다. 한은은 수출증가율이 상반기 20.3%에서 16.5%로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수출호조는 브릭스나 산유국 등 신흥시장국의 고성장이 선진국 경기 둔화를 어느 정도 상쇄해줄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하반기 수출 전망에 대해서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어 한은의 전망처럼 될지는 미지수다. 반면 내수를 보면 민간소비의 경우 고유가로 실질구매력이 저하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가계채무 부담이 늘면서 하반기에도 2.7%의 낮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상반기 1.7%에서 하반기 7.3%로 높아지겠지만 이는 지난해 하반기에 설비투자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실제로는 기업 채산성 악화와 기업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10년 만의 물가급등…금리 인상할까=사실 한은의 걱정은 성장률 하락보다 물가급등이다. 김 국장은 “연간 성장률로 봐서 4.6%는 그리 걱정할 수치가 아니지만 물가는 목표상한제를 훨씬 초과해 상당 기간 지속될 것 같다”며 크게 우려했다. 하반기에는 특히 물가 상승률이 성장률을 압도하는 상황이다. 실제 한은의 하반기 물가 상승률 전망치(5.2%)는 연말께 기저효과로 4%후반대로 내려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수개월간은 5% 중반대를 넘어서는 고공행진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특히 한은의 중기물가목표제는 더욱 심각하다. 통상 3년 평균을 보는데 2007년 2.5%, 올해 4.8%라면 물가관리 상단인 3.5% 이내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내년 물가를 3.2%로 막아야 한다.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는 이상 쉽지 않다. 결국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한은으로서는 금리인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유럽에서 금리인상설이 흘러나오고 소신파인 이 총재의 평소 스타일로 봐서도 금리인상 카드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한은 안팎의 분위기다. 한국경제 언제 먹구름 걷힐까 "유가 안정되면 내년2분기 회복" 한국경제는 언제쯤 먹구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적어도 상반기는 지나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조승형 한국은행 조사국 부국장은 "최근 경기순환주기가 과거랑 달라 확장국면의 경우 30개월에서 20개월 수준으로, 하강국면은 15개월에서 12개월 정도로 짧아졌다"며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유가 충격파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라고 전했다. 임경묵 KDI 연구위원은 "유가가 안정되면 내년 3ㆍ4분기쯤 돼야 경기가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성장률은 올해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임지원 JP모건 이코노미스트도 "내년 3ㆍ4분기 중반 이후 성장률이 개선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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