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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골프] 김광진 광진한의원장
입력2003-03-30 00:00:00
수정
2003.03.30 00:00:00
박민영 기자
닥쳐오는 고령화사회에 요즘 많은 사람들이 `롱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건강 가정 직업 취미 등 인생의 모든 분야가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는 토대 위에 서 있어야 한다는 자각이다. 인생의 롱런을 위해 골프의 세계에도 지켜야 할 몇 가지 불문율이 있다고 생각한다. 초롱불 앞에서 수줍어하는 아내의 댕기머리를 올려줘야 했듯이 골프에서도 아내의 머리는 신랑이 올려줘야 한다는 사실이 그 중 하나다.
괜시리 눈시울이 젖고 울화도 치민다는 중년의 나이에 돌파구 삼아 골프에 심취했던 나는 한참동안 그런 불문율을 외면하고 살았다. 주말 라운드는 기본이었다. 새벽에 나가 `19홀`까지 마치고 돌아오면 해가 저물어 있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아내는 말 그대로 주말 과부였다. 주중에 술 안 마시고 일찍 들어오는 날에는 연습장으로 직행했다.
아내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그 불만이 잔소리와 짜증으로 변하면서 내 샷에도 지장을 줬다. 골프를 속 편하게 치는 방법은 아내에게도 골프채를 쥐어주는 것이라는 주위의 충고에 귀가 솔깃해 2년 전 실내 연습장에 아내와 함께 등록했다. 두 달간 연습 끝에 드디어 머리얹는 날이었다. 아내는 기대반 불안반 잠도 설쳤다. 그러나 나는 아내 친구 2명과 함께 하는 라운드인 만큼 뭔가 보여주겠다는 심산에 처음부터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티를 어떻게 꽂는지, 방향은 어디로 서야 하는지 모든 게 안절부절인 아내는 뒷전인 채 내 스코어가드만 챙겼다.
보다 못한 아내의 친구가 돌아오는 차 속에서 핀잔을 줬다. “우리 신랑이 머리 얹어줄 때는 너무 챙겨줘서 눈치 보이던데.” 그 말 한마디에 아내도 쌓였던 감정이 폭발했다. 우리 부부는 `첫날`을 이렇게 치렀다.
이제 아내는 내 자세를 교정해 줄 정도로 골프가 많이 늘었다. 나도 아내의 플레이에 `굿샷`을 아끼지 않는다. 골프채널 시청권을 놓고 다투던 리모컨 싸움도 사라졌다. 라운드 가는 날 아내는 불평 대신 “1등하고 오라”는 격려를 잊지 않는다. 롱런을 꿈꾸는 골퍼들이라면 아내에게 이런 제의를 해봄직하다. “쉘 위 골프.”
<란초미라지(미국 캘리포니아주)=박민영기자 my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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