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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法개정방향] 은행소유 빗장푼 대신 주인자격 강화
입력1998-10-21 17:25:00
수정
2002.10.22 02:32:09
은행 주인찾아주기의 성패는 재벌들의 개혁노력에 달려 있다.
부채비율축소 등 구조개혁에 성공한 재벌그룹은 은행의 주인이 될 수 있지만 높은 부채비율과 내부거래 등 기존의 관행을 되풀이 할 경우 은행을 소유할 수 없다.
정부가 금융연구원을 통해 발표한 은행법개정방향은 은행 주인찾아주기와 은행의 사금고화 방지라는 두가지 정책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재벌개혁 없이는 은행 주인찾아주기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법개정방향에 대해 『문은 열어놓았지만 그 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평가했다.
은행주식 소유제한을 폐지해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출 경우 재벌그룹도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자격요건이 엄격해 어느 재벌도 통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부는 재벌그룹이 계열의 부채비율이 200%이하이고 부당내부거래나 불공정거래로 제재를 받은뒤 일정기간이 경과해야만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규정했다.
30대재벌중에는 지난 4월말 현재 부채비율이 200%이하인 곳이 없다. 가장 부채비율이 낮은 롯데그룹이 217%다. 특히 5대 재벌그룹들은 내년말까지 부채비율을 200%이하로 축소하라는 정부의 요청에 대해서도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벌개혁을 위해 재벌그룹의 부당내부거래와 불공정거래를 집중 조사한다는 방침을 표명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두가지 자격요건을 통과할 수 있는 재벌그룹은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는 또 대주주여신한도의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전체 대주주에 대한 총여신한도를 설정하는 등 은행돈이 대주주에게 흘러가는 것을 막는 장치를 마련키로 했다.
재벌그룹들은 은행을 소유하려면 부채비율축소 계열기업의 독립경영 등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더불어 은행여신에 불이익을 받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때문에 이같은 재벌개혁작업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은행주인찾아주기는 당분간 요원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제도자체를 만들어 재벌들의 은행진입을 가능토록 했고 부채비율축소와 부당내부거래 근절등은 우리경제의 회생을 위해 긴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당장의 가시적인 효과가 없다고 비난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공은 재벌들에게 넘어간 셈이다.
또 은행장선출 등 경영진구성을 은행자율에 맞긴 대목은 은행의 자율경영확대를 위해 긴요한 장치로 평가된다. 주인이 나타나야만 효과를 거둘 수가 있겠지만 과점주주를 보유하고 있는 일부 은행들을 중심으로 각행의 실정에 맞는 자율적인 경영진 구성이 가능해지고 정부의 인사간여도 차단할 수 있게된다.
정부가 재벌그룹들의 은행진출을 사실상 막는 방안을 제시한 것은 5대재벌의 개혁이 부진하다는 평가가 한몫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초 재경부와 금감위 등 금융당국은 허가없이 취득할 수 있는 지분율을 이번에 제시한 3안(시중은행 10%)보다 훨씬 높게 책정하는 방안을 마련했었다.그럴 경우 부채비율제한 등에 걸리지 않고 재벌들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재벌개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은행을 재벌에 넘길 수 없다는 청와대의 판단에 따라 대주주자격요건이 필요한 지분율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이번 방안에 대해서도 재벌들의 사금고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현재 정부가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10%안이 채택될 경우 3~4개의 재벌이 담합해 9%가량의 지분을 각자 취득한뒤 은행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 부채비율축소 등 요건을 충족한 재벌그룹이 은행의 대주주가 된뒤 이를 이용해 자금을 빼돌릴 경우 과연 제도적인 장치만으로 이를 견제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퇴출종금사 등이 제도적인 제약을 피해 브리지론 등으로 대주주에게 부당하게 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다수 드러나고 감독당국은 이를 제대로 적발하지 못한 경험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주인찾아주기가 가시화되기 전에 감독체계의 정비와 치밀한 감독능력의 개발이 긴요하다는 지적도 많다.【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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