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을 올해 말까지 1%로 줄이도록 유도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가계와 기업의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부실여신을 줄이기 위해 신규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우량기업에 대해서만 선별 대출에 나설 계획이기 때문이다. 또 부실 우려가 있는 기존의 여신을 회수하고 채권추심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신 은행들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펀드나 방카슈랑스 판매 등 수수료 이익을 늘리는 데 영업의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은행, 부실채권 처리에 골머리=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1.5%다. 올 하반기에 발생할 신규 부실채권까지 고려할 때 '부실채권 1%룰'을 맞추려면 은행들은 앞으로 5개월간 20조원 안팎의 부실채권을 털어내야 한다. 부실채권 비율을 낮추려면 분모인 총여신을 늘리거나 분자인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을 줄여야 한다. 이 가운데 총여신 확대는 신규 부실을 양산할 수 있다. 결국 은행들은 부실채권을 시장에서 공개매각하거나 구조조정기금 및 민간 배드뱅크에 파는 방안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상 3개월 정도인 부실채권 처리 과정을 감안할 때 오는 11~12월쯤 부실채권이 쏟아지면서 제값을 받기가 어렵다는 게 은행권의 고민이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거의 유일한 매수세력인 구조조정기금이 가급적 싼값에 부실채권을 사려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은행들은 특히 ▦기업 구조조정 관련 채권이나 ▦꼬박꼬박 이자는 내고 있지만 신용등급이 낮아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된 채권은 매각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 기업의 경우 은행권의 추가 공동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채권을 다른 곳에 떠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1% 규정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며 "기업 구조조정 관련 채권과 연체가 없는 고정이하여신을 제외한 나머지 부실채권을 기준으로 비율을 맞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조만간 회의를 갖고 건의사항을 감독 당국에 전달할 예정이다. ◇은행 대출 문턱 높아진다=이처럼 은행들이 기존 부실채권 처리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신용도가 낮은 가계나 중소기업에 대해 보수적인 대출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시중은행의 담당자는 "정부와 약정한 중소기업 만기 연장 비율과 신규 대출 비율을 지키는 것 외에는 선별해서 대출을 취급할 것"이라며 "우량담보나 보증, 부동산 100% 담보 외에는 대출을 늘리지 않고 현상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올 하반기에 우량담보가 있거나 보증이 붙은 대출 등을 빼고는 가급적 대출을 늘리지 않고 신용도가 좋은 고객 위주로 신규 대출을 취급할 계획이다. 하나은행도 수익성 확대와 안정적인 자산건전성 확보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더블딥(경기회복 후 다시 침체)' 가능성을 고려해 유망 중소기업을 선별해 대출해줄 방침이다. 기업은행은 기존 중소기업의 수입신용장 개설에 대해 일괄적으로 0.25%를 부과하던 수수료율을 6일부터 신용 상태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나눠 차등화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에 대해서도 신용도와 채무상환능력 등 심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기존 연체대출금의 회수를 위한 채권추심을 강화하고 부실화 가능성이 큰 대출금을 회수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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