끗발 좋던 잡지회사 이사 댄. 회사가 인수되면서 그의 자리는 사라진다. 해고는 다행이 면했지만, 아들 뻘인 26살 카터가 신임 총책임자로 부임한다. 26살 보스와 51살 부하직원. 미국이나 한국이나 새파란 아들뻘 녀석의 지시를 받기엔 세상이 더럽다. 그래도 어쩌겠나. 늦둥이를 임신한 아내와 대학에 입학하는 딸아이가 눈에 밟힌다. 꾹 참고 일하던 댄, 결국 뚜껑이 열린다. 금지옥엽 딸내미가 회사 보스와 사랑에 빠졌단다. 26일 개봉하는 영화 ‘인 굿 컴퍼니’의 풍경이다. 겉으로 보기엔 한낱 아이러니한 코미디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작품은 그들 주변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풀어가면서 관객에게 따뜻함을 선사한다. 이런 류의 작품에서 흔히 빠질 수 있는 극적 과장을 피해가며 사랑과 일의 위기에 봉착한 세 남녀의 모습을 차분히 카메라로 담아낸다. 영화에 등장하는 두 남자에 주목하자. 51살 댄에게 중요한 건 동료와의 스킨십과 광고주와의 인간적인 유대관계. 그러나 26살 새파란 카터에겐 그저 남보다 앞서 돈을 벌고 멋진 인생을 사는 것만이 목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세대와 신세대와의 갈등이다. 그 갈등은 거꾸로 뒤집힌 직장 상하관계로 더욱 발전한다. 그렇다고 카터가 패기만 넘치는 건 아니다. 워커홀릭으로 7개월만에 이혼당하고, 우연히 부하직원의 딸에게 첫 눈에 반한다. 51살 부하직원의 눈에는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새파란 놈이 회사 상사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못마땅한데 딸까지 유혹하다니. 그러나 여기서 댄과 카터와의 우스꽝스런 격투신 따위는 등장하지 않는다. 카터는 단란한 가정을 가진 댄을 부러워하고, 그런 댄은 카터에게 따뜻한 부정(父情)을 안긴다. 그들은 비로소 함께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자칫 황당무계한 설정으로 헛웃음을 선사할 뻔한 영화는 영악하게도 절제하는 미덕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전작 ‘어바웃 어 보이’에서 나이를 뛰어넘은 한심한(?) 두 남자의 성장을 그려낸 폴 웨이츠 감독은 이번에도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았다. 26살 보스와 51살 부하직원. 성공에 미친 젊은이와 직장에서 낙오한 중년 남성. 그들에게 인간미를 불어넣으며 영화는 사람 사는 사회의 소박한 즐거움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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