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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말·글

말(言語)을 지키는 일은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고 흔히 말한다. 그래서 침략자들은 식민지의 말부터 말살하려 든다. 일제(日帝)가 그런 짓을 했다.그런데 글(文字)은 어떤가. 글을 지키는 일이 나라를 지키는 일과 같다고 말할 수 있는가. 반드시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다. 서양사람들의 말은 나라마다 다르나 문자는 알파벳의 로마자(字)를 다같이 쓰고 있다. 근자 한자를 가르치자 말자는 시비가 다시금 재연되고 있다. 사실 한자는 배우기 어렵고 쓰기도 어렵다. 오죽했으면 다른 나라사람 아닌 중국사람, 그것도 대문호인 노신(魯迅)이 한자를 멸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필히 멸망할것이라고 말했을까. 또 등소평(鄧小平)이 생전에 한자를 전파함으로써 중극은 여러 이웃나라에게 역사적인 폐를 끼쳤다고 진반 농반의 사죄를 했을까. 배우기 어렵기 때문에 한자를 전용하면 문맹(文盲)율이 높아진다. 컴퓨터에 맞추어 쓰기도 어렵다. 요컨데 경제활동을 위해서도 한자는 여러가지 장애가 될수 있다. 그러나, 한자학습과 사용의 어려움을 들어 한자를 배격하는데엔 일응 일리가 있다고 할수 있으나, 한글이라는 우리글이 있는데 왜 외래 문자를 쓰느냐라는「애국론」엔 찬성할 수 없다. 한자도 이미 우리글이 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한자를 배우고 쓴다고해서 나라를 못지킬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또 한자를 배우고 쓰는데엔 그 나름의 유용성도 적지않다. 장차 아시아의 공용어는 영어와 중국어가 될것이라 한다. 영어나 중국어 중하나를 모르면 아시아에서는 더불어 살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물론 말과 글은 다르다. 한자를 안다고해서 중국어를 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한자를 알면 말은 통하지 않을지언정 최소한 필담(筆談)은 가능하다. 또 한자를 모르고서는 중국어를 배울수도 없다. 한자는 일본에서도 쓰이고 있다. 그래서 한자는 중국과 한국 일본을 묶는 일종의 공용어가 된다. 때는 바야흐로 세계화 시대이다. 남의 나라 말, 세계에서 통하는 말을 배워야 살아갈 수 있는 시대이다. 남의 나라 말을 배우기는 어렵다. 한자 몇천자를 배우는것 보다 훨씬 어렵다. 그러나 배워야 산다. 한자교육을 배격하는「애국정신」, 한자습득의 어려움을 말하는 편한 자세로 어찌 남의 나라 말을 배울수 있겠는가. /鄭泰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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