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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에 도대체 무슨일이…

중기대출 1위였던 국민은행… 올들어 5,000억 감소<br>금리경쟁에 고객 빼앗겨… 하나·우리은행은 증가세


지난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중소기업대출(소호대출 포함) 시장을 주도한 것은 KB국민은행이었다. 지난 한 해 국민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1조9,722억원이 늘어 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을 압도했다. 다른 은행들은 많게는 2조원 가까이 대출 잔액이 쪼그라들었다.

소매금융의 강자로 통하는 국민은행이 기업금융 시장에서도 바짝 피치를 올리고 있음이 극명하게 드러난 한 해였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는 딴판이다.

국민은행의 중기대출 규모가 스키활강에 견줄 만큼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탓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3개월간 줄어든 중기대출 규모만 3조8,461억원에 이른다.

1년간 늘렸던 것보다 배에 가까운 자금을 단 3개월 새 토해낸 셈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2월 말 공식 출범 이전부터 중기대출 독려에 나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뜻밖의 결과라는 표현도 무리가 아니다. 실제로 같은 기간(2012년 12월~올 2월) 우리은행은 5,677억원, 하나은행은 4,182억원 중기대출 잔액이 늘었다. 신한은행은 대출 잔액이 줄었지만 감소폭은 5,930억원에 그쳤다. 외견만 놓고 보면 정부가 야호를 외치는 데 국민은행만 메아리를 외면한 꼴이 됐다.

국민은행은 일단 "중기대출에 집중한다"는 기조에 변화가 없다며 확대 해석에 선을 긋고 있다. 최근 대출 잔액 감소는 특이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영업 전략과 흐름에 기인한 우연의 일치라는 입장이다. 그런 줄기에서 최근 대출 잔액 감소에 대한 고민도 깊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 탓에 자금 운용이 마땅치 않아 중기대출을 늘려야 하는데 뜻대로 안 되고 있다"며 "최근 은행 간에 금리 경쟁이 불붙어 고객을 빼앗기고 있는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소호대출 규모를 지나치게 늘린 여파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진단을 내놓는다. 지난해 국민은행의 소호대출 순증 규모는 3조7,253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2,297억원에 불과했다. 소호대출이 중기대출을 외끌이 했음을 보여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생계형 대출 성격이 농후한 소호대출이 기업대출보다 안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문제는 대출의 질"이라며 "소호대출 중에서도 도ㆍ소매, 건설ㆍ숙박 등의 분야에 대출을 많이 늘렸다면 경기침체로 은행에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설명도 흡족하지는 않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분기별 소호대출 연체율 추이를 보면 0.59%→0.58%→0.80%→0.65%로 부담이 크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리로 치고 나갔던 국민은행이 올해는 역공을 당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모 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주춤했던 다른 은행들이 올 들어 분발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국민은행도 대출을 크게 늘렸던 여파로 한 템포 숨을 고르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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