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기술] 2020년 30대 벤처기업인의 하루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옵션으로 선택한 벽걸이 TV는 음성인식 기능을 갖추고 있어 『TV 온(ON)』이라고 말하기만 하면 저절로 전원이 들어오는 제품.崔씨는 TV에 내장된 인터넷 검색기능을 이용, 세계 각국의 뉴스와 주요 화제를 살폈다. 崔씨가 『국내 뉴스』라고 말하자 국내 주요 뉴스가 떴으며 조금후 『스포츠』라고 외치자 간밤에 세계 각국에서 벌어졌던 각종 스포츠 결과와 녹화 장면이 자막으로 흘러나왔다. 국내 뉴스에서는 정치권의 구조조정이 잘 진행돼 투명한 정치가 가능해졌다는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스포츠에서도 한국 여성 골퍼들이 미국, 유럽대회를 평정했다는 소식과 한국 야구선수들이 미 메이저리그, 일본 재팬시리즈를 정복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와 괜히 기분이 쭐하다.

7시 30분 출근을 위해 전기자동차에 타면 시원한 크기의 LCD 모니터가 한눈에 들어온다. 위성을 이용한 인터넷 검색이 가능해지면서 차를 몰고 가며 밤새 일어났던 세계시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배달된 전자우편을 살펴본다.

9시 오전회의. 300인치 초대형 LCD 프로젝터를 통해 세계 각지에 있는 직원들과 화상미팅을 가진다. 중국 시장에 대한 종합분석을 통해 현지 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하자는 결론을 내린 후 생산을 늘리고 수출 오더 확보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IMT-2000 휴대폰을 켜 중국 현지 담당 직원과 세부 사항을 논의한다. IMT-2000에 장착된 LCD는 휴대폰 전체 크기에 달해 어지간한 그래프, 도표, 동화상을 전송·저장할 수 있어 여러모로 편리하다.

점심이 다가오면서 아침에 감기기운이 있던 아내의 건강이 생각난 崔씨는 30인치 LCD모니터가 달린 컴퓨터를 켜 사이버 쇼핑몰에 접속한다. 의약관련 사이버 쇼핑몰인 「드럭스토어(DRUGSTORE)」는 세계 각국의 제약회사와 연계돼 있어 언제나 새로 개발된 신제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崔씨는 한국의 K제약이 개발한 감기치료제「한방에 콱」을 구입했다.

점심을 마치자 휴대폰으로 딸아이의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오늘은 술 먹지말고 들어오세요』

안그래도 요즘 몸이 영 찌부둥해 컨디션이 안좋았던 崔씨는 휴대폰을 이용, 사이버병원「ER」에 접속했다. 사이버 주치의인 「화타」로 부터 처방전을 받은 崔씨는 1주일 금주를 다짐한다. 물론 주당인 文, 孫, 金, 趙 선배의 유혹을 피해갈 수만 있다면.

오후들어 업무가 어느 정도 정리되자 IMT-2000을 이용, 사이버주식시장을 들렀다. 10년전에 사뒀던 코스닥 상장주「서경닷.컴」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액면가에 매입한 주식이 어느새 1,000배나 뛰어 주식생각만 하면 마음이 흐뭇했다.

오후 6시. 슬슬 퇴근해야할 시간이다. 文선배로부터 화상전화가 왔다. 뭔가 잔뜩 얼굴을 찌부리고 있어 오늘도 무사히 술자리를 피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디지털 화상전화기의 지나칠 정도로 선명한 고화질이 文선배의 이중턱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崔씨는 온갖 핑계로 용케 술자리를 피해 7시에 집에 도착했다. 사이버아파트엔 열쇠가 필요없다. 홍채인식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과로로 눈이 조금 충혈돼 있자 디지털 아파트 관리 중앙컴퓨터가 『푹 쉬세요』라는 인사를 건낸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딸아이가 약속을 지켰다며 팔짝팔짝 뛰고 난리가 났다. 컴퓨터와 내손 안의 인터넷, IMT-2000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디지털시대지만 아이의 따뜻한 포옹이 그중 제일이다.

최인철기자[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