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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출항! 한국號 어디로<2-1>] 페로니즘 환상 여전 '실패한 경제' 국민도 책임

근로여건 개선ㆍ임금인상 페론, 노동자 인기몰이<br>재정적자는 아랑곳않고 파시즘 꿈꾸며 선전선동 대중들 의도 간파못해

현재 아르헨티나에는 정의당(페론당), 급진당(라디깔당), 국가연대당, 공화행동당, 연방재건당, 평등공화당 등이 집권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상당수가 페론당과 뿌리를 같이 한다. 그만큼 아르헨티나에서 페론당의 영향력은 크다. 실제로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현 대통령은 물론 카를로스 메넴 등 전임 대통령들이 대부분 페론당 소속이다. 오늘날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의 상당 부분이 페론당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페론당에 표를 던진다. 왜 그럴까. 이는 지난 50년대 아르헨티나를 이끈 후안 도밍고 페론(1895~1974), 그리고 그의 두 번째 아내 에바 페론에 대한 국민들의 환상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이들을 빼고는 아르헨티나의 과거와 현재를 설명하기 어렵다. 페론 대통령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1943년 소장파 장교들의 모임인 통일장교단(GOU) 지도자로 아르헨티나 최초의 군부 쿠데타를 주도했다. 그는 정계에 진출한 후 근로조건 개선과 임금인상을 내걸어 노동자들의 인기를 독차지 했다. 에바는 페론의 정부로 시작해 마침내 퍼스트 레이디 자리에 올랐다. 페론 대통령은 언론 자유 통제, 외국산업의 배제, 산업 국유화 등에 골몰하면서도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전례가 없는 여러 가지 혜택을 부여했다. 모든 사회복지 시스템을 노조 중심으로 설계했다. 재정적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복지지출을 늘리면서도 소득세는 내렸다. 당초 페론 대통령의 얼굴 마담으로 출발한 에바는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대통령 관저의 창고에 웬만한 백화점 하나를 옮겨 놓은 것처럼 구두, 설탕, 냄비, 바지, 밀가루 등을 쌓아 놓고 지방 도시를 순회할 때마다 직접 나눠 주었다. 페론은 일부 대주주가 거의 전 국토를 차지하는 아르헨티나에서 노동자의 빈곤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간섭해야 한다고 믿었다. 페론식 국가사회주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구원의 메시지처럼 받아들여 졌다. 그러나 대중은 페론이 이탈리아의 파시즘을 모델로 한 국가사회주의를 꿈꾸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했다. 또한 그의 온정주의적 재분배 정책의 이면에는 법과 질서, 그리고 상식이 무시된 채 오직 집권만을 목표로 한 선전 선동만이 난무했다는 점 역시 살피지 못했다. 이런 대중의 눈에는 명령과 청결에 광적으로 집착하면서 하루에 6번 샤워를 하고 6번 옷을 갈아 입는 페론이나 대통령 부인이 되자 자신의 고향인 로스톨도스 마을 자체를 지도에서 삭제해 버린 에바의 불안한 이중 정서가 포착될 리 없었다. 실패한 경제의 이면에는 정부의 실패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실패’도 있다. 페론은 1949년 헌법을 개정, 재선에 성공하면서 장기집권의 기반을 마련했지만 55년 다시 군부에 의해 국외로 추방된다. 그런 페론이 73년 대통령으로 부활한 것은 페로니즘(Peronism)에 대한 환상 때문이다. 33세의 젊은 나이에 자궁암으로 죽어가던 에바가 침상에서 내뱉은 ‘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해 울지 마세요’(Don’t cry for me Argentina)라는 말은 지금도 페론당이 즐겨 써먹는 상징 조작이다. 대중이 포퓰리즘의 달콤한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어떤 정권도 성장을 위한 경제 개혁을 추진할 수 없게 된다. 70년대 말 이후 중산층이 붕괴된 상황에서 분노한 대중이 상당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성장 정책을 기다리지 않고 당장 ‘가난 나눠먹기’를 주장하는 좌파 정권에 표를 던져 왔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지난 2001년 12월 24일 연방정부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경제위기 속에서도 당장 채무부담은 없어졌다는 생각에 박수를 보낸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가슴에는 좀처럼 꺼지지 않을 페로니즘에의 짙은 향수가 배어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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