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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개혁 미룰수 없다
입력2003-05-06 00:00:00
수정
2003.05.06 00:00:00
참여정부 들어 공공부문 개혁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발전 자회사 경영권 매각 무산에 이은 철도 민영화 철회, 그리고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 백지화가 바로 그것이다. 공공개혁은 급조된 정책과제가 아니기 때문에, 공공개혁 후퇴는 정책의 연속성 훼손은 물론 정부의 개혁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켜 대외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공기업 민영화 철회는 민영화 공론화 과정에서 공감대 형성을 위해 치른 사회적 비용을 `매몰비용`화 시킴으로써 사회적 낭비를 초래했다.
참여정부의 공공부문 개혁후퇴 조짐은 인수위 시절부터 보여 왔다. 이른바 `재검토론`이다. 재검토론의 요체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공공개혁으로, 사회적 합의는 실질적으로 이해관계자, 즉 공기업 노조의 합의를 의미한다. 그러나 노조합의를 전제로 한 공공개혁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검토론은 공공개혁의 재검토를 함축한 것이다. 하지만 공공개혁 재검토를 정책집행의 속도를 조절하는 `속도조절론`으로 보기는 어렵다. 공공개혁은 IMF위기 극복차원에서 추진돼 온 정책과제중 노동개혁과 더불어 개혁성과가 가장 미진한 부분으로 평가돼 이런 관점이라면 속도조절 대신 공공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조합의를 통한 공공개혁은 노동 및 공공개혁의 동반지체를 초래할 수 있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 최근의 철도파업 노사협상이다. 철도노조는 파업을 철회한 대신, 노사합의문을 구조개혁을 위한 `대안모색`으로 교묘하게 절충해 민영화를 사실상 배제시켰다. 결국 노조는 노사협상 대상이 될 수 없는 민영화 의제를 파업이라는 압력수단을 이용해 무력화시킴으로써 힘을 과시했다. 이같은 힘의 행사가 가능했던 이유는 `힘의 중심`이 노동계 쪽으로 좀 더 옮겨져야 한다는 참여정부의 정책인식을 최대한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공부문 개혁에 형평증진과 사회통합의 가치를 담음으로써 결과적으로 공공개혁과 노동개혁 모두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참여정부는 `투명, 독립경영, 공정경쟁체제`가 확립될 때까지 기업구조개혁을 원칙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시된 재벌개혁의 큰 틀은 출자총액제한 강화, 재벌금융계열사 규제강화, 그리고 엄격한 지주회사제를 통한 지배구조개선 등이다. 규제강화를 통해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강공 드라이브의 이면에는 재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다. 이른바 재벌의 `변칙과 반칙론`이 그것이다.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구조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는 경쟁력 강화에 있다. 만약 공기업의 효율이 사기업에 비해 높으면 사기업에 대한 강도높은 구조개혁이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공기업의 효율이 끊임없이 `경쟁`에 노출되는 사기업보다 높다는 증거를 발견하기 어렵다. 사실은 그 반대일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이해관계자의 합의를 앞세운 정부의 소극적 공공개혁에는 문제가 있다. 또한 재벌의 변칙과 반칙론은 "공공부문은 문제가 없어 민간부문만 변하면 모든 것이 풀린다"는 식의 책임회피적 정책사고를 유발했다. 그리고 개혁에 앞서 이해관계자의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면 사기업의 개혁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나 재벌이 요구해 온 속도조절론은 재벌의 집단적 이기주의로 치부되었다. 이는 사기업과 공기업의 개혁에 정부가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증거다.
기업개혁은 기업의 수익창출 유인과 경쟁압력이 작동할 수 있도록 기업의 제도적 여건을 시장친화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공기업은 정부의 규제와 간섭으로 그리고 `주인부재`로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을 실현하기 어렵다. 공기업의 비효율은 공기업 종사자의 자질과 무관한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되므로, 민영화의 핵심은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이 가능하도록 공기업에 주인을 찾아주고 경쟁구조를 바꿔 기업의 경영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공기업을 정부지배 아래 두고 책임경영제 등의 미봉책으로 효율을 높일 수 없으며, 최소비용으로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공익은 없다. 또한 이윤동기의 `사각지대`는 적절한 규제장치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민영화를 미룰 이유는 없다. 공공성을 빌미로 한 공기업 성역론은 정부의 이해를 반영한 것에 불과할 수 있다.
<조동근(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dkcho@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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