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순환출자를 금지시키려는 정치권 일각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이에 대한 찬반양론 공방이 뜨겁다. 여당과 일부 전문가들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순환출자를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펴고 있지만, 다른 한 켠에서는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지나친 간섭이라며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19일 열린우리당 채수찬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업소유ㆍ지배구조 개선-순환출자 해소방안’이란 주제의 심포지엄을 통해 극명하게 나타났다. ◇“시장 건전성 침해..금지 필요” = 이날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한국개발연구원(KDI) 임영재 연구위원은 “순환출자는 자본의 가공적 증대를 초래해 시장건전성을 침해한다”며 전면 금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출자규제, 채무보증 금지는 시장규율이 충분하면 필요성이 없어지지만 상호출자 금지는 행정비용의 고려가 허락하는 한 적용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또 전면금지는 아니더라도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제발표를 맡은 인하대학교 김진방 경제학부 교수는 “순환출자 금지로 핵심기업의 소유-지배 괴리가 확대되는 것을 억제하고 소유구조에 맞는 지배구조의 정착을 유도할 수 있다”며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그러나 “순환출자에 의한 주식보유를 금지하는 것은 계열사 주식 취득을 제한, 계열사간 자금 이전을 제한할 수도 있다”며 “순환출자는 허용하되 관련된 주식 전부 혹은 일부의 의결권을 제한한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획일적 규제는 기업의 경쟁력 저해” = 그러나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정부의 이같은 규제가 오히려 기업의 의욕을 꺾는 만큼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인권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공정거래법이 새롭게 개정된 상황에서 새로운 규제형태인 순환출자 규제에 대한 논의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기업을 정책실험의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거친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자체 연구결과 소유-지배 괴리도와 경제적 성과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주회사처럼 지배구조가 단순하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 위원은 “기업지배구조는 주주들이나 이해관계자들이 제대로 선택할 수 있게 도와주고 그들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고 강조했다. 순환출자 금지에 대한 주무부서인 공정거래위원회도 “아직은 이르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공정위 이동규 정책국장은 “기업들의 수용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오는 2007년에 기업과 시장의 투명성, 공정성 개선정도를 평가해 대기업집단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방침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당장 새로운 제도의 입법화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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