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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싱크탱크들이 바빠졌다

금융위기로 연구·강연등에 눈코 뜰새 없어<br>앞으로 닥쳐올 구조조정 방안 찾기 골몰도<br>모든 연구원 은행 건전성 분석등 영역도 무의미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요즘 밀려드는 언론 인터뷰와 강연ㆍ자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경제상황이 워낙 긴박하게 돌아가는데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경기가 급변하다 보니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연구와 회의ㆍ강연에 매달리고 있다. 그를 더욱 괴롭히는 것은 현재 진행되는 경제위기가 도대체 언제 마무리 될 지 감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수많은 해외 자료를 수집해 분석해보지만 가끔씩은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한국의 ‘싱크탱크’들이 바빠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KIET), 금융연구원 등 국책연구원은 물론이고 삼성ㆍLG 등 민간 연구소도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하다는 경제위기 앞에 정확한 전망과 해법 등을 찾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싱크탱크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것은 역시 내년 성장률이다. 삼성ㆍLGㆍ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3.6~3.9%로 제시했고 KDI도 3.3%를 전망했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전망에 어느 때보다 자신이 없다. KDI의 한 박사는 “외환위기 때도 이렇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며 “오는 2009년 성장률 전망 만큼 힘들 게 작업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한 국책연구원장은 “경제상황이 주 단위, 일 단위로 하도 바뀌고 있어 내년 성장률 전망을 아직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렵사리 전망치를 내놓은 연구원들조차 예상보다 실물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자칫 전망을 다시 해야 될 상황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형편이다. 시장에서 원하는 싱크탱크의 보고서도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와 현재의 위기상황을 비교 분석하며 한국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또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은 없는지 등에 대해 나날이 보고서를 내놓고 있지만 도통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러다 보니 전문 분석의 영역도 무의미해지고 있다. 은행의 건전성 등은 금융연구원 등 특정 연구기관에서 주로 해왔으나 지금은 모든 민관 연구소의 단골 연구 메뉴가 돼버렸다. 연구 분야도 경제분석에서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태다. 애국심(?)의 발로일까. 싱크탱크들은 어두운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도 민망하기만 하다. 민간 연구소의 고위 연구위원은 “솔직히 조금이라도 나은 전망치를 내놓고 싶지만 상황이 워낙 좋지 않다”며 전망치를 갈수록 낮춰야만 하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지난 22일 울산경제포럼에서 “본격적 경기회복은 이르면 1~2년, 늦어도 2~3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싱크탱크들은 닥쳐올 구조조정의 효율적 방안을 찾는 데 많은 연구를 할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용 한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며 대응방안을 찾는 데도 골몰하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한국경제가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실물경기 침체 과정에서 전경제주체가 고통 분담을 하는 것이 절실하다”며 “싱크탱크들이 큰 그림을 그려 정부와 기업에 요구해야 될 때가 바짝 다가온 것 같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
손철기자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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