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형 국산화…글로벌 강자로 도약"<br>30년간 특수강 기술개발·납기 단축 시스템 구축등 성과<br>고품질 몰드베이스 앞세워 업계 첫 일본에 역수출 쾌거도
"소재 국산화의 비결은 남보다 한발 앞서 많이 보고 많이 배우는 것입니다. 개발과정에서 막힌다면 일본이든 유럽이든 달려가 그 기술을 꼭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제조업의 뿌리로 불리는 금형산업에만 30년째 매달려온 이종호(80ㆍ사진) 와이디피 회장은 국산 소재산업이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기 위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의외로 단순한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형 몰드베이스 분야에서 국내 1위를 지켜온 이 회장의 말이야말로 오랜 현장경험에서 우러나온, 모두가 귀담아 들을만한 성공비결이 아닐까 싶다.
이 회장은 지난 1982년 영등포특수강을 창립한 이후 금형자재 유통부터 몰드베이스 생산까지 사업영역을 넓혀왔지만 그의 관심은 한결같이 금형산업 전체의 발전에만 맞춰져 있다. "금형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국가와 함께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사업을 해왔습니다. 금형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더 좋은 제품을 더 빠르게 공급하는 것이 사명"이라는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이유일 듯하다.
그는 "몰드베이스의 품질과 빠른 납기는 곧 금형업체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몰드베이스를 통해 국내 금형산업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것이 변함없는 와이디피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이 회장을 국내 금형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한 1등 공신으로 꼽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30여년간에 걸쳐 금형 특수강 국산화, 납기 단축시스템 구축, 금형가격 안정화 등 국내 금형사에 기록될 만한 굵직굵직한 성과를 이끌어냈다. 특히 전량 일본 수입에 의존하던 플라스틱 금형용 특수강을 국산화한 것은 국내 금형산업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982년 이 회장은 일본 고베제강으로부터 플라스틱 금형제작 원자재인 특수강을 수입유통해오다 국산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찾았다. 당시만 해도 일본업체의 제품 홍보물이 국내에선 최신 정보채널로 취급되던 시절이라 특수강을 자체 생산한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 회장은 한국중공업과 함께 밤낮을 잊고 개발에 매달려 1년만에 '메이드 인 코리아'가 찍힌 특수강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회장은 "당시 특수강을 국산화하는 바람에 고베제강과는 지금까지 사이가 틀어졌다"면서도 "국내 금형업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몰드베이스 제작에 나선 것도 일본과 유럽 등 당시 금형 선진국 시스템의 도입 필요성 때문이었다. 이 회장은 "해외에서는 금형소재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가공까지 해서 넘기는 방식을 쓰고 있다"며 "이는 금형업체들이 금형 제작기간을 줄이는 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특히 고품질과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당시 국내에서는 사용하지 않던 고가의 해외 설비로 몰드베이스 생산시설을 구축해나갔다. 업계에서는 무리한 투자라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이는 결국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됐다. 국내 수요가 급감하자 환율차이에 주목한 이 회장이 우수한 장비와 자재를 앞세워 국내 몰드베이스업계 처음으로 일본에 역수출하는 쾌거도 일궈냈다.
와이디피는 외환위기에 오히려 급속히 성장했으며 10년 이상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광주에 부지를 확보하고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생산시설도 늘리고 있다. 모두가 금형강국인 일본을 따라잡고 세계시장에 한국산 제품을 우뚝 세우겠다는 일념에서다.
이 회장은 "실제 거래여부와 상관없이 거래처에서 소재의 내용 등에 대해 물어온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해결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정통 제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무엇보다 정직하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름의 경영철학을 소개했다.
이 회장은 금형이 기업비밀인 제품디자인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중국 등 후발주자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유지될 수 밖에 없는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생산규모 세계 5위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재를 양성하고 납기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 회장은 "국내 금형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신경써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뿐 일"이라며 "매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출근해 업체들을 뒤에서 든든하게 밀어주는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亞 최대규모·경쟁력 자랑… 올 매출 850억 목표삼아
■ 와이디피는…
지난 1982년 특수강재 판매업체인 영등포특수강으로 출발한 와이디피는 금형의 기본바탕이 되는 몰드베이스를 전문으로 생산 판매하는 업체다. 자동차범퍼나 냉장고 등 대형 금형용 몰드베이스 분야에서 아시아를 통틀어 최대 규모와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안산과 부산 등 국내에 3곳의 생산기지를 가동하고 있으며 에이테크솔루션과 재영솔루텍, 나라앰엔디 등 국내 대표적 금형업체를 거래처로 두고 있다. 아울러 일본 및 인도네시아, 태국 등 해외에도 제품을 공급하며 전체매출의 20%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지난해 820억원의 매출에 이어 올해 85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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