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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화·전문화해야 '생존 가능'

■ 자산운용업 규제완화안 발표<br>은행·보험등과 장벽없어져 경쟁 격화 예고<br>외국계 자산운용사 배만 불려줄 가능성도

“강자만이 살아남는 ‘정글 같은 시장’이 될 것이다.”(모 자산운용사 사장) 자산운용업계는 정부가 17일 발표한 ‘자산운용업 규제완화 방안’에 대해 “규제 완화 등 기존의 업계 요구 사항이 크게 반영됐다”며 일단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대형화ㆍ전문화를 이루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은 “전반적으로 규제 완화, 투자자 및 판매자 교육, 판매 방법 다양화 등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며 “‘동북아 금융 허브’ 달성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도 “다양한 자산운용 기법과 상품 개발의 길을 터주고 판매 창구 확대 등으로 개인 투자자들도 편리하게 간접투자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사모펀드의 경우 규제 완화 폭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정부의 이번 조치로 은행ㆍ보험 등과 다른 금융권과 업무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적자생존’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체간 인수ㆍ합병(M&A)으로 대형화를 이루거나 부동산ㆍ선박 등 틈새 시장 개척을 통한 전문화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퇴출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범석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은 “과거처럼 천편일률적인 사업 모델로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수익률이 나쁜 기업은 자연스레 다른 업체에 인수되거나 도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구나 영세한 국내 업계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가 자산운용업계 경쟁력 강화에 얼마나 기여할 지는 미지수다. 특히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배만 불려줄 가능성도 있다. 자산운용회사의 총 수탁고는 13일 현재 200조여원으로 지난 2003년말에 비해 약 50조 늘었지만 개인 비중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33%에 불과하다. 이는 일본 71%, 미국 53%, 영국 59%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으로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수익성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는 지난 2001년 14.7%에서 2002년에 13.4%, 2003년 8.9%, 지난해 5.5%로 떨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는 시스템이나 노하우가 외국계는 물론 은행ㆍ보험사 등 다른 금융권에 비해서도 뒤떨어진다”며 “전문화된 상품 개발, 투자자 신뢰 확보를 비롯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뒤따라야만 이번 조치의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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