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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귀여워'

끔찍한 현실에 대한 '귀여운' 조롱



음산함이 물씬 묻어나는 서울 황학동 철거촌. 마약 암거래 장소로나 적당할 법한 이 곳에 ‘무당’ 아버지와 세 아들이 산다. 세 아들은 나이가 모두 같은, 배 다른 자식들이다. 이 기괴한 집에 한 여자가 나타난다. 둘째 아들이 아버지에게 효도 한번 해 보자고 길바닥에서 데리고 온 뻥튀기 장수다. “세상 남자들이 다 날 좋아해주면 좋겠어”라며 배시시 웃는 이 여자에 네 부자는 홀딱 빠진다. 발랄한 포스터와 ‘깜찍한’ 제목만 보고 영화 ‘귀여워’를 만나는 관객이라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배신감마저 느낄 수 있다. ‘한 지붕 네 흑심’이라는 홍보 문구는 콘크리트 속 깊이 묻혀 있는 앙상한 뼈대 정도의 배경일 뿐이다. 2시간 내내 실없는 농담처럼 흐르는 영화는 작정이나 한 듯 도시의 가장 암울한 구석으로, 그것도 매우 발랄하게 시선을 꽂는다. 영화는 인간의 가장 밑바닥 감정과 누구나 한번쯤 꿈꿔 봤을 법한 환상을 현실성 따위는 경쾌하게 무시하며 몽환적인 추상화처럼 그리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관객들의 평범한 눈으로는 도저히 해석할 수 없을 정도다. 철거 깡패, 퀵서비스 맨, 뻥튀기 장수 등은 모두 세상의 은총이 비껴간 이들. 철거촌 배경은 그 어떤 끔찍한 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꿈쩍하지 않을 공간. 화면은 술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고 무엇 하나 상식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사람 하나쯤 죽어도, 자기가 주워온 여자를 사창가에 팔아 넘겨도 영화는 ‘그런 일쯤 별 거 아니다’라고 현실을 조롱하며 그냥 그렇게 허허 웃어 넘긴다. 허무한 조롱 속에서 갑작스레 맞이하는 반전은 다소 당황스럽다. 아무리 숨겨진 우리 모습이라 해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욕망의 밑바닥은 애써 외면해 온 관객들에게 불편하게 느껴질 법 하다.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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