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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 나의 인생/나춘호 예림당회장] 17.생애 첫 감사패

가슴 졸이며 걱정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으로 바뀌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가슴 속에 꽉 들어차 있던 무거운 돌덩이 같은 그 무엇인가가 한 순간에 사라지듯 마음도 가벼워졌다. “그래서 말씀입니다만, 우리 대한통운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도와 드리면 좋을지 필요한 것을 말씀해 주시면 최선을 다해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복진태씨의 말이 이어졌다. “아닙니다. 고마운 말씀이긴 합니다만 안 그러셔도 됩니다.” “이러면 어떻겠습니까? 우리 회사에서 몇 개 일간지에 예림당 광고를 내드릴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회사에서 예림당 책을 많이 구입해서 낙도 어린이들에게 보내 주는 방법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복진태씨는 회사에서 무엇을 어떻게 도와 주면 될지 미리 의논했던 것처럼 여러 가지 방법을 내놓았다.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예림당은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데다가 책도 몇 종류 되지 않아서 광고하기도 그렇고…. 고마운 뜻만 받겠습니다.” 나 역시 염려했던 것이 사라진 것만도 고마워서 극구 사양했다. “그러지 마시고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그냥 회사로 갔다가는 제가 뭘 잘못해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할 텐데 제 입장도 좀 생각해 주십시오.” “아닙니다. 입장이 곤란해지신다면 제가 회사로 전화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말씀 드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나 역시 물러나지 않았다. “나 선생님은 젊으신데도 참 훌륭하십니다. 조그마한 기회만 있어도 잇속 챙기려 드는 세태인데, 이렇게 끝까지 사양하시다니 이해가 잘 안 됩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가 보겠습니다. 회사에 가서 나 선생님 말씀도 전하고 다른 좋은 방법이 있으면 좀더 알아보고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와는 그렇게 헤어졌다. 그 뒤 나는 일에 바빠서 대한통운이나 복진태씨를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런데 한 달쯤 지나서 다시 연락이 왔다. 12월5일 대한통운 본사에서 행사가 있는데 꼭 참석해 달라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이유는 밝히지 않으면서 사장도 기다리고 있으니까 안 오면 자기가 `욕`을 먹는다고 신신당부하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그러겠다고 약속하고 그 날 시간에 맞춰 서울 소공동에 있는 대한통운 본사로 갔다. 내가 안내를 받아 도착한 강당에는 이미 임직원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식순에 따라 몇 가지 행사가 진행된 다음 대한통운 최원석 사장이 나를 직원들에게 소개했다. 그는 예림당에서 펴낸 그림책 얘기를 하면서 감사패와 금일봉을 주었다. 감사패는 가운데 지구의를 두 마리의 말이 양쪽에서 앞발로 받치고 우뚝 서 있는 모양이었다. 출판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 받은 내 생애 첫 감사패였다. <정두환기자 d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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