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한의 백6을 보고 검토실의 장주주9단이 감탄을 했다. “절묘한 타이밍. 잘 두네요.” 부인 루이9단이 고개를 끄덕끄덕. 이 날의 검토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붐볐다. 흑7은 최강의 반발. 백대마를 최대한으로 키워서 잡겠다는 선언이다. 흑11로 차단하여 이젠 죽기살기 전쟁이다. “수가 된다고 보았어?” 나중에 최철한에게 물었더니 간단한 대답이 나왔다. “무언가가 있다고 봤어요.” 한편 조훈현의 대답은 달랐다. “대충 죽은 줄 알았지이.” 하기야 실전보의 흑7로 달리 받기도 심히 거북하다. 참고도의 흑1로 끊으면 확실하긴 한데 백2 이하 6의 행마가 너무도 멋지므로 그렇게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수상전의 추이를 지켜보던 루이9단이 백20을 보고 다시 ‘아’ 하는 외마디 신음을 토했다. 그곳을 백이 따내게 되어서는 백의 승국이다. 우변의 흑대마는 백이 가에 잇는 순간 그대로 사망이다. 난해한 수상전이지만 백이 이기게 되어 있는 것이다. 검토실의 바둑판 위에는 여러 개의 가상도가 그려지고 있었다. 모두가 흑에게 절망적인 것들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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