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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과 실리의 접점
입력2003-06-26 00:00:00
수정
2003.06.26 00:00:00
포스코와 현대자동차는 최근 핫코일 공급에 대한 행정소송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소를 취하하는 한편 일반 냉연강판 공급에 대해 합의점을 찾기 시작했다. ★본지 2월11일자 10면 참조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접점을 모색하기로 한 것이다. 양사가 핫코일을 놓고 3년간 벌여온 분쟁을 되짚어보면 `명분`과 `실리`의 간극 좁히기라는 생각이다.
양사의 분쟁은 지난 90년대 후반 현대차 그룹의 현대하이스코(옛 현대강관)가 자동차 차체용 냉연강판 자체제작에 들어가면서 기존 공급선인 포스코와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다.
사실상 독과점 공급업체인 포스코로서는 주수요처인 현대차가 계열사를 통해 냉연강판을 자체 공급하려는 것이 영 눈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포스코는 “냉연강판 시장은 이미 공급과잉”이라며 “현대차가 새로 뛰어드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하이스코에 대한 핫코일 공급을 거부했다. 현대차는 현대차대로 `독과점 병폐`를 물고 늘어졌다. 이 갈등은 결국 2000년말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등 한치 양보없는 명분싸움으로 확산됐다.
이후 양사가 서로 협상테이블에 앉기까지 걸린 기간이 무려 3년. 이 기간동안 양사의 계산서엔 참담한 결과만 남았다. 포스코는 한때 연간 200만톤에 육박하던 자동차용 냉연강판 판매가 50만톤으로 급락했다. 나아가 차세대 냉연강판 개발엔 뒷짐을 지고 있어야 했다.
현대차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본 철강업체에서 핫코일을 들여오다보니 시간과 비용에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었다.
포스코와 현대차는 중국, 미국시장에서 서로를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현대차는 중국과 미국에서 각각 10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기 위해, 또 포스코는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객관적으로도 잘 어울리는 `찰떡 궁합`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회사는 이제 그간의 갈등이 얼마나 소모적이었나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부디 어렵게 찾은 합의점을 더욱 발전시켜 우리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사례가 돼 주길 기대한다.
<최인철(산업부 기자) mich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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