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 저녁 전격적으로 이뤄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계 거물의 만찬 회동은 첩보전을 방불케 했다. 회동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장소를 급히 변경하기도 했다. 고위 관료 대부분이 회동 사실조차 모를 만큼 이번 회동은 비공개적으로 추진됐다.
기재부와 금융당국은 한목소리로 "사적인 모임이어서 비공개로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금융수장과 금융단체장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 사적인 자리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더구나 최 경제부총리가 금융개혁 목소리를 강하게 제기한 상황이어서 "특별한 주문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당초 만찬 회동 장소는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 기재부 이름으로 지난 13일 예약됐다. 하지만 회동 사실이 15일 오후 알려지자 최 경제부총리 측은 장소를 돌연 변경했다. 언론에 알려지자 회동이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8인 회동'은 최 경제부총리 측이 사발통문을 돌린 끝에 인근 청담동 소재 일식집에서 이뤄졌다. 이곳은 강남에서도 손꼽히는 고급 일식집으로 정평이 나 있는 곳이다.
오후7시부터 1시간 30분간 이뤄진 회동에서는 식사와 함께 양주와 사케도 곁들여져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회동이 끝난 후 최 경제부총리부터 시작해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등의 순으로 시차를 두고 자리를 떠 눈길을 끌었다.
임 후보자는 "청년들이 금융권 취업을 많이 원하지만 금융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최 경제부총리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달라는 당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저녁 계산은 최 경제부총리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요일 저녁에 비공개 회동을 한 것을 두고 석연찮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일요일 밤에 급하게 불러 모을 것이 아니라 주중에 공개적으로 회동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며 "정부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모양새가 사납다"고 꼬집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