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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금융대란] 1. 거인 외국은행과 힘겨운 싸움

『점당 백원짜리 동네 화투판에 국제 도박단이 수백억원을 들고 나타난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의 다양한 기술력과 엄청난 자본력을 어떻게 감당해낼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한 시중은행 임원은 서울은행이 HSBC에 매각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이같이 한숨을 짓는다. 김정태(金正泰)주택은행장은 『외국계 은행이 국내에서 활개를 칠 것을 생각하면 잠이 안올 정도』라고 말한다. 제일은행에 이어 서울은행까지 해외매각이 결정되자 은행권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씨티와 한미(아메리카은행) 등을 통해 「외국물 맛」은 보았지만, HSBC나 뉴브리지는 양상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 은행권의 공통된 지적. 앞서 진출한 씨티나 한미 등이 그동안 한국시장의 안정성(고금리·정부개입)에 편승, 이익을 즐기는데 치중했던 것과는 달리, HSBC와 뉴브리지는 기술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파상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존 영업망과 인력을 고스란히 인수함으로써 처음부터 대규모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은행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더구나 HSBC의 서울은행 인수는 제일은행이 뉴브리지 캐피털에 매각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금융연구원 지동현(池東炫) 박사는 『뉴브리지가 투자 차익을 노리는 펀드인데 반해, HSBC는 무역금융이나 소비자금융에서 막강한 첨단금융기법을 자랑하는 은행이므로 전세계 지점에 적용하고 있는 매뉴얼을 도입, 서울은행 경영체제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뉴브리지의 경우, 시스템적인 접근보다는 몇몇 외부인력을 영입해 개인 경험에 의한 금융기법 도입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도 『HSBC가 뉴브리지와는 달리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상륙한 커머셜뱅크라는 점에서 우리 은행산업 판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토착은행과 HSBC의 경쟁은 외견상 초등학생과 거인의 싸움으로 보인다. 국책 프로젝트로 출범한 국내 최대 한빛은행도 HSBC 앞에서는 초라할 정도다. 상업-한일 합병에 따라 자산기준으로는 HSBC의 5분의 1 수준에 다가섰지만, 이익이나 세계 네트워크 등에서는 범접치 못한다. 자금조달 경쟁력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국내 금융기관이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정기예금 금리 수준은 9%대이고, 해외에서 빌릴 때에도 리보+3% 수준이어서 여전히 8%를 웃돈다. 반면 HSBC는 높은 신용도를 발판으로 리보 이하의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HSBC나 뉴브리지가 「독한 마음」을 먹고 파격 대출세일에 나선다면 국내 도소매 금융시장을 고스란히 내주어야할 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제일·서울은행이 뉴브리지와 HSBC에 매각됐다고 곧바로 두 은행이 막강 자본과 첨단 금융기법으로 무장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수백여 점포를 지닌 두 국내 은행을 당장 뜯어고치기는 어렵다』며 『HSBC에 매각되는 서울은행이 진정한 의미로 HSBC에 편입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HSBC가 아무리 본점 인력을 파견해 선진 금융기법을 들여놓는다 해도 당분간은 주요 부서 간부들에 대한 교육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전 지점에까지 HSBC의 기법이 파고들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얘기.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초기에는 HSBC가 역(逆)으로 서울은행에 흡수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한상복·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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