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들의 이해할 수 없는 등급 산정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상환 가능성이 높은 우량 대출자에게 저금리로 대출해줌에도 '저축은행'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등급이 하락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지주계열 저축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7일 "신용평가사들의 이해할 수 없는 등급 산정 잣대 때문에 저축은행에서는 우량한 고객을 하나도 유치하지 못하게 생겼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건설사가 보증을 서고 금융회사가 중도금을 빌려주는 아파트·오피스텔 중도금 대출은 상환 가능성이 높아 저축은행에서 시중은행에서 제공하는 금리(연 4~5%)보다 낮게 제공할 수 있는 데다 캐피털업계(연 7~8%)보다 낮아 경쟁력 있는 대출이다. 금리 민감도가 높은 요즘은 등급이 높은 고객도 제 발로 저축은행을 찾는다. 하지만 저축은행에서 찾았다는 이유만으로 1등급인 고객이 3등급으로 떨어지고 곧바로 저축은행 대출을 상환해 등급을 환원하는 일이 생기자 저축은행들은 낮은 금리로 고객에게 선심 쓰고도 고객을 유치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저축은행이라고 등급이 떨어진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등급이 떨어지고 올라가는 것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개별 저축은행들은 "저축은행에서 빌리면 신용점수가 12점이 차감되고 카드를 발급받으면 10점이 차감된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들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주 계열 저축은행 실무자들끼리 토의해보니 등급을 매길 때 금리로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대출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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