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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순의 눈 이야기] 글자가 찌그러져 보인다
입력2003-04-23 00:00:00
수정
2003.04.23 00:00:00
어느날 갑자기 눈앞에 동전 모양의 그림자가 나타나 물체가 잘 안 보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주변부는 괜찮은데 중심부만 침침해진다면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걱정이 될 것이다. 눈에는 많은 질병이 있지만 이런 경우 중심성 망막증을 의심해야 한다. 눈으로 들어온 빛이 초점을 맺는 곳을 황반부라고 하는데 이곳에 염증이 생긴 증상을 말한다. 그래서 보려는 곳이 잘 안 보인다.
김 모씨는 49세인 샐러리맨. 회사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고 제2의 IMF 시대라 명퇴당하지 않으려고 여기저기 눈치 보느라 하루하루 힘들게 지낸다. 그런데 어느날 회사 상사의 집에 문상을 갔다가 늦게까지 영안실에서 고스톱을 쳤다.
잠깐 눈을 부친 후 일어나자마자 허둥지둥 회사로 갔다. 그런데 서류를 정리하는데 갑자기 글씨가 겹쳐보이고 선이 휘어져 보였다. 눈을 비벼도 보고 깜빡깜빡 눈을 떴다 감았다 해도 소용이 없었다. 왼쪽 눈은 괜찮은데 오른쪽 눈만 이상했다.
갑자기 겁이 났다. 40대는 사망률도 높다는데 눈에 큰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닐까. 안과를 찾은 결과 `중심성 망막증` 진단을 받았다. `먹고 살기도 힘든 데 눈까지 말썽이야!` 마음이 아팠지만 병원에서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좋다고 한 말이 생각나 마음을 가라 앉혔다.
이처럼 중심성 망막증은 창살이 직선으로 보이지 않고 휘어져 보이며 물체가 찌그러져 보인다. 물체가 평소보다 작게 보이고 아지랑이 같이 아롱거린다. 중심성 삼출성 망막염은 40대 전후의 남자들에게 많다. 과로와 연관이 있으며 특히 야간작업, 야간운전을 늦게까지 한 후, 사업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을 때, 술 많이 마신 다음날 갑자기 오는 경우가 많다.
확실한 진단과 치료방침을 정하고 경과를 관찰하려면 형광물질을 체내에 주입하면서 형광안저촬영을 하는 게 필요하다. 중심성 망막염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3~6개월 정도 시간이 경과하면 자연히 아물고, 망막 밑에 고인 물은 흡수되어 저절로 시력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래되거나 반복되면 망막에 영구적인 손상이 올 수 있다. 따라서 3~6개월 이상 병이 지속되면 레이저광선으로 응고시켜 누출을 막아야 한다. 40대 이후엔 자기도 모르게 몸에 질병이 생길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검진을 해서 조기 발견해 치료 받아야 한다.
<이은주(대화당한의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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