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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향한 도전들] "M&A가재계판도 바꿨다"

금호아시아나·두산·한화등 '강자'로 부상


외환위기 이후 재계는 극심한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정부 주도로 이뤄진 구조조정의 칼바람 속에서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기업들의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작용했고 일부는 더욱 강해진 기초체력을 무기로 새로운 영토 확장에 나섰다. 적극적인 M&A로 10년 만에 재계의 진정한 강자로 등극한 것이다. M&A를 통해 재계의 판도를 흔든 대표적인 그룹은 금호아시아나. 최근 고유가 등으로 조금 힘겨워하고 있지만 금호아시아나의 약진은 무서울 정도였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박삼구 회장이 “5대 그룹으로 발돋움하겠다”고 선언할 당시만 해도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적었다. 하지만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 동종업계 1위의 대형 물건을 잇따라 삼키면서 자산규모를 3년 만에 3배로 키웠고 이를 통해 명실상부 5대 그룹을 위협하는 ‘재계의 실력자’로 부상했다. 두산은 M&A를 통해 그룹의 체형까지도 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바꾼 사례다. 두산은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인수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 데 이어 2003년에는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을 흡수해 건설업계 도급순위를 종전 20위권에서 11위로 단숨에 키웠다. 두산은 잇따른 M&A가 효과를 내자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까지 삼켰다. 자신감이 붙은 두산은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를 통해 미국 잉거솔랜드의 밥캣 등 3개 사업 부문을 인수, 국내 최대 M&A(49억달러) 기록까지 세웠다. 시장에서는 두산이 적극적인 M&A를 통해 신사업 진출과 특화전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화그룹도 M&A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환란 이후 초대형 매물 중 하나로 통했던 대한생명을 인수하면서 금융계의 강자로 발돋움했다. 한화는 여세를 몰아 대우조선해양의 유력 인수후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금융권에 불어 닥쳤던 M&A 바람은 이미 판도를 확 바꿔놓은 상황이다. 수십년 넘게 금융권의 지형을 유지해온 이른바 ‘조(조흥)-상(상업)-제(제일)-한(한일)-서(서울은행) 구도는 완벽하게 무너졌고 대신 신한ㆍ하나은행이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국내 기업들의 이 같은 M&A 바람이 성공적이었는지를 평가하기에는 역사가 너무 짧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에 M&A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김석균 산업은행 M&A실 팀장은 “우리나라에서 M&A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 받게 된 것은 2000년 이후”라며 “수익성 추이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려면 좀 더 시간이 지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의 M&A가 재계의 그림 전체를 바꾼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기업들의 M&A 성공사례가 다른 기업들에 소중한 모델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印미탈, 수십차례 M&A…세계최대 철강사로
■해외 성공사례
인도 변방의 작은 철강업체였던 미탈. 이 회사는 수십 차례의 인수합병(M&A)만으로 20년 만에 세계 최대 철강업체로 등극했다. 현재 전세계 60여개 국에서 연간 1억1,800만톤의 철강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량만 놓고 보면 세계 2위인 신일본제철의 3배나 된다. 해외에서는 M&A를 통한 몸집 키우기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상품 경쟁에서 '경영자원 경쟁'으로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 일본 도시바는 지난 2006년 영국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해 단숨에 원자력 시장의 최강자로 등극했다. 벨기에의 맥주업체 인터브루는 한국(OB맥주)을 비롯해 헝가리ㆍ크로아티아ㆍ중국 등의 기업을 잇따라 삼키면서 신흥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최근 들어서는 인도와 중국ㆍ러시아 등 신흥국가 기업들이 M&A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풍부한 자원이 그 배경. 인도 타타는 6월 영국의 프리미엄 자동차인 재규어-랜드로버 인수를 완료했다. 타타는 이번 인수로 초저가차(타타자동차)와 고급차(재규어)를 갖춘 거대 그룹이 됐다. 중국 공상은행의 아프리카스탠더드뱅크 인수(56억달러), 러시아 에브라즈그룹의 미국 오리건스틸밀스 인수(23억달러), 러시아 알루미늄 업체인 루살의 스위스 원자재회사 글렌코어 인수(36억달러) 등도 신흥국 기업의 대표적인 M&A 사례로 꼽힌다. 축적된 자금으로 신산업 발굴과 새로운 시장 개척이라는 두 마리 토끼는 잡는 것이 바로 국제자본의 M&A 특성이자 목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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