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돌풍, 다시 기대해주세요.” 허석호(33)가 남자 골프계 시즌 3번째 메이저대회인 제135회 브리티시오픈 첫날 경기에서 쾌조의 플레이로 4언더파를 쳐 선두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3년 첫날 공동4위, 2라운드 공동 2위 등으로 사흘 내내 톱10을 달렸던 기세를 되살려낼 태세다. “이번에는 끝까지 선두권을 지켜내겠다”는 것이 경기를 마친 허석호의 각오. 당시 막판 부진으로 공동 28위에 그쳤던 아쉬움을 털겠다는 다짐을 “컨디션 좋고 체력도 자신 있다”는 말로 표현했다. 20일 영국 리버풀의 로열리버풀링크스코스(파72ㆍ7,258야드)에서 개막된 이 대회 첫날 경기. 총 52개조 중 세 번째조에 편성돼 이른 아침 플레이를 시작한 허석호는 특유의 침착한 기질을 발휘하며 자칫 방심하면 벙커와 러프에 빠져 고전하게 될 코스를 공략했다. 2, 5, 8, 10번홀에서 버디를 낚아 13번홀까지 보기 없이 4언더파로 단독 선두를 내달렸던 그는 14번홀에서 보기를 했지만 16번홀 버디로 곧 만회, 4언더파 68타를 기록했다. 그렉 오웬이 5언더파로 1타 앞서 있는 가운데 세르히오 가르시아, 어니 엘스, 마이크 위어 등 쟁쟁한 톱 클래스 선수들과 동률로 선두권이다. 허석호는 이날 드라이버 외에 아이언과 3번 우드도 꺼내 들어 티 샷의 평균 비거리는 279야드에 그쳤으나 페어웨이 안착률이 71%로 높았고 아이언 샷의 그린적중률은 78%로 높았다. 정확도에 치중한 플레이를 펼친 덕분. 지난 18일 선배 최경주와 동반 라운드한 뒤 저녁식사를 같이하며 의견을 모았던 ‘정확도 최우선’의 플레이를 펼친 것. 당시 최경주와 허석호는 “이번 대회는 무조건 ‘가운데 보고 똑바로’ 볼을 날리는 것이 중요하다. 멀리 보내려다가 혹은 핀 옆에 바짝 붙이려다가 여기저기 널린 벙커에 빠지면 1타 이상은 쉽게 손해 본다”는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한다. 허석호는 이날 벙커에 한번 빠지기는 했으나 거뜬히 파 세이브해냈다. ‘파3홀은 파 작전, 대신 파5홀은 확실한 버디 작전으로 나간다’는 전략도 들어 맞았다. 허석호는 이날 4개의 파3홀에서 모두 파를 기록했으며 파5홀 4개중 3개홀에서 버디를 낚았다. 최경주(36ㆍ나이키 골프)는 허석호에 비해 기복이 있는 플레이를 보였다. 버디와 보기를 각각 3개씩 교환하며 이븐파 72타를 기록한 것. 경기내용은 초반부터 다소 불안했다. 1, 3번홀에서 징검다리 보기를 했고 파5의 5번홀 버디를 바로 다음 홀인 6번홀(파3) 보기로 잃어 2오버파로 내려 앉았다. 9번홀까지 스코어를 줄이지 못하던 최경주는 그러나 후반 첫홀인 10번홀과 13번홀에 이어 17번홀에서도 버디를 챙기며 기세를 살려 언더파 대열에 드는 듯했다. 하지만 파5인 마지막 홀에서 아쉽게 보기를 하면서 이븐파로 경기를 마쳤다. 최경주는 이날 벙커에 2차례 빠졌다. 한편 이날 코스에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티오프시간이 다소 늦어졌으나 덕분에 딱딱했던 그린이 크게 부드러워져 언더파 행진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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