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모바일·인터넷과 달리 올 한해 찬바람이 불었던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나홀로' 성장세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젊은 1인 가구의 똑똑한 알뜰 소비'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편의점에서는 대용량 생수와 봉지면 판매량이 급증하고 도시락 등 간편식이 인기 상품으로 등극하면서 편의점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가격 거품을 스스로 걷어내는 젊은층의 소비 패턴으로 인해 컵얼음 같은 DIY 관련 상품이 불티나게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5일 CU·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 등 편의점업계 4사가 내놓은 '2013년 품목별 매출 동향'에 따르면 간편식 판매 증가가 두드러졌다. CU에서는 덮밥류 매출이 전년 대비 43.4% 증가한 것을 비롯해 레토르트식품(31.6%), 즉석면(23.5%), 즉석밥(22.2%) 등이 모두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또 조리법이 간단한 1~2인용 가정간편식 매출도 32.5% 늘었다. 세븐일레븐에서도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대표적인 수혜상품인 도시락 매출이 전년 대비 57.7% 증가했고 간편조리식, 소용량 반찬 등도 19.0% 증가세를 보였다. 미니스톱에서는 오징어채볶음, 멸치볶음 등 밑반찬류 매출이 370% 늘어났다. 대형마트 대신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장을 보는 1인 가구 덕분에 GS25에서는 대용량 생수가 매출 2위 상품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편의점 상품 판매 동향을 보면 젊은 소비자들의 똑똑한 알뜰 소비 패턴도 두드러졌다. 대표적인 상품이 CU와 GS25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한 '컵얼음'이다. 음료전문점 대신 편의점에서 얼음과 커피, 알코올음료 등을 사서 직접 제조함으로써 가격을 낮추는 소비에 힘입어 CU에서는 컵얼음이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고 GS25에서는 2년 연속 매출 1위를 지켰다. 각 사의 PB(자체 브랜드)상품 판매가 늘고 있는 것 역시 알뜰 소비 덕분이다. CU의 500개 PB상품 매출은 전년 대비 32.5% 늘었고 GS25에서는 7~9월 PB 팥빙수가 아이스크림 상품군 1위를 차지했다.
올 한해 최대 먹거리 관련 이슈였던 일본 방사능 여파도 편의점 판매로 확인됐다. 지난 해부터 돌풍을 일으켰던 아사히 등 일본 맥주가 하반기 들어 전월 대비 매출 감소세를 보인 반면 국산 맥주 카스 캔은 편의점 4사 모두 베스트10 상품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해 편의점 히트 상품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에너지음료는 올해 판매 상위권에서 자취를 감췄다. 에너지음료의 대표주자인 핫식스는 세븐일레븐에서 지난 해 판매 5위에서 올해 17위로 떨어졌고 GS25에서는 아예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전통적인 피로회복 음료인 박카스와 비타500의 판매량은 다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1~2인 가구가 편의점의 주소비층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편의점 주력 상품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대용량 생수와 봉지면의 부상, 간편식 판매량 증가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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