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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리스트」 밝히기에 역점/정씨 구속후 검찰수사 전망
입력1997-02-01 00:00:00
수정
1997.02.01 00:00:00
성종수 기자
◎정씨 추궁·은행장 소환 등 양동작전 펼듯한보그룹 총회장을 지원한 배후 인물은 누구인가.
검찰이 정태수 총회장을 구속함으로써 불법 대출 및 어음남발 등에 대한 1단계 수사는 일단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다음 수사의 핵심은 「정치권 및 금융권 배후에 대한 로비 의혹」으로 넘어갔다. 이른바 「정태수 리스트」로 알려진 한보의 비자금 사용처를 얼마나 밝혀내느냐가 검찰의 최대 과제가 된 것이다.
검찰이 정씨를 일단 부정수표단속법 등 비교적 가벼운 혐의로 구속한 것은 보다 근본적인 수사의 전초전에 불과하다.
검찰 관계자는 『정·관계 로비의혹을 밝혀 내는게 우리의 주된 수사 방향』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 의혹과 관련된 수사는 애써 피하던 것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정씨가 5조원대의 특혜 대출을 받는 과정에 연루된 로비 대상은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벌써 공공연히 이들의 명단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같은 설은 정씨가 은행장들에게는 대출 사례나 청탁조로, 관가와 정치권에는 은행에 대출압력을 넣도록 부탁하면서 돈을 뿌렸다는 추론에서 비롯된다. 이런 추론은 관치금융의 병폐와 정씨의 로비 스타일로 볼 때 어느 정도 사실에 근접한 것으로 검찰 주변에서는 여기고 있다. 이 설의 사실 여부를 캐는 것이 바로 검찰의 몫이다.
그러나 향후 비자금 조성 및 뇌물 비리에 대한 수사에는 걸림돌이 많다.
이미 91년 수서사건과 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수사 등 두차례의 검찰 조사에서 입증됐듯 입이 무거운 정씨가 이 부분을 쉽게 털어놓지는 않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씨는 어음 남발과 대출금 유용 등은 시인했지만 뇌물 제공 등의 핵심 사안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수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씨에게 적용된 부정수표단속법과 상호신용금고법위반 및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혐의는 법정 형량이 징역 1년∼6년 이하로 비교적 가볍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정씨로서는 형량이 적은 쪽은 시인하고 로비 부분을 피해 가고자 하는 속셈이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도 정씨의 노회함을 엿볼 수 있다.
현 단계에서는 검찰이 뇌물 수사의 한 기법인 「협상」(Bargin)을 통해 정씨의 입을 열게 하는 전략을 펼 가능성이 높다. 즉,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 정도의 명단과 액수를 정씨에게 요구하는 대신 재산을 최대한 건지려는 정씨의 입장을 수용하는 쪽으로 담판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씨가 이에 응하지 않고 끝내 입을 다물 경우 배후 인물에 대한 수사는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이 경우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큰 전·현직 은행장들을 소환해 다그치는 우회 전술을 쓸 것으로 보인다. 과거 수사에서 경험했듯 은행장들의 경우 일단 소환해 추궁하면 「모종의 수확」을 올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권 및 금융권에 대한 검찰의 2단계 수사는 이제 그 속도와 폭만 관심사로 남은 셈이다.<성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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