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신인도가 높아지면서 태국ㆍ말레이시아ㆍ중국 등 아시아권 중앙은행들이 우리나라의 국고채 등 원화자산을 사들이고 있다. 원화자산이 인기를 끌면서 최근에는 중동 국부펀드들까지 매수에 가담했다. 12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ㆍ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2월 외국인은 국내시장에서 12조원어치 이상의 채권을 사들인 데 이어 3월에도 꾸준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1~2월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 전체 순매수 규모(52조5,000억원)의 23%에 달한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태국ㆍ말레이시아ㆍ중국 등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우리나라 국고채 '쇼핑'에 나서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의 채권거래에서 태국과 중동 등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국고채 매수가 눈길을 끈다"며 "이들은 우리 국고채를 안전자산 성격으로 보고 장단기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도 "지난해 말 차익거래 유인이 감소하면서 많이 팔기는 했지만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매수세는 유효하다"며 "태국 중앙은행의 원화채 매수금액이 예상보다 많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태국은 원화채권을 14조6,0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아시아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중동 국부펀드들도 우리 국고채 매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2월부터 중동계 국부펀드들이 국내 외국계 지점을 통해 5년ㆍ10년물 등 장기물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아 중앙은행의 우리 국고채 매입은 신용등급과 수익률을 고려할 때 아시아권에서 호주 국고채 다음으로 우수한 투자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달러 유입이 많은 태국의 경우 환헤지를 위해 자국 화폐인 밧화 채권뿐 아니라 호주달러에 이어 원화채권까지도 사들이고 있다. 외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태국에서 들어오는 채권 매수자금은 중앙은행과 태국 내 외환지점 자금으로 나눌 수 있다"며 "중앙은행의 자금은 수익률과 신용등급 등 안전자산에 기반을 두고 태국 외환지점의 자금은 차익거래의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고채는 전세계적으로 170bp(1bp=0.01%포인트) 이상의 무위험차익거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투자자산이다. 2월 말 주요국 1년물 수익률은 영국 0.62%, 태국 1.58%, 독일 0.54% 등을 나타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