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 색채는 비극ㆍ환희ㆍ파멸 등 근본적인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 내 작품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내가 그 작품을 그릴 때 느꼈던 종교적인 체험과 동일한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직사각형 캔버스를 등분해 붉은색과 주황색, 붉은색과 암녹색 등으로 칠한 마크 로스코(Mark Rothkoㆍ1903~1970)의 대형 색면추상화가 관객을 압도한다. 구도상 절제되고 복잡한 색과 면으로 된 로스코 특유의 작품세계가 드러난 작품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정신의 숭고함을 그린 추상표현주의 대가 마크 로스코가 한국에 왔다. 삼성미술관 리움은 로스코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의 소장품 중 전 생애의 시기별 걸작 27점을 9월 10일까지 선보인다. 램브란트의 화법과 니체의 정신세계를 추구했던 그의 작품은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본성을 건드린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유대계로 1920년대 미국으로 이민간 로스코는 구상ㆍ추상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으나, 1950년 이후부터 1970년 스튜디오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20년간 그린 색면 추상화로 미술사에 각인돼 있다. 로스코의 예술세계는 크게 구상을 그렸던 초기(1920년대~1930년대), 유기적인 생명체가 등장하는 과도기(1940년대) 그리고 독특한 화풍을 구축했던 원숙기(1950년대~1970년)로 구분된다. 여느 화가들처럼 로스코도 초기에는 인물 등 구상회화의 작품에 관심을 보였다. 무표정한 한 얼굴의 군중을 그린 ‘지하철 판타지’ 에는 형식적인 관계만 유지할 뿐 정신적으로는 고립된 채 떠다니는 인간의 상실감이 나타나있다. 과도기 작품은 구상과 추상이 섞이면서 형태가 단순해진다. 동물의 다리에 머리가 셋인 괴물이 등장하는 ‘무제’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인간을 묘사했다. 이때부터 신화ㆍ종교에 심취했던 정신세계가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마리아가 예수를 안고 있는 듯한 추상화 ‘No.9’, 붉은색으로 면을 분할한 ‘붉은색 띠’ 등 초현실주의에 영감을 받은 작품이 선보인다. 원숙기에 접어들수록 색은 더욱 어두워진다. 보라색ㆍ검정색, 검정색ㆍ회색 등으로 캔버스를 분할한 작품은 단순한 표면 속에 내재한 복잡한 인간의 심정이 표현돼있다. 한편 리움은 소장품 중 고(故)백남준의 작품 14점을 모은 ‘백남준에 대한 경의’전도 함께 마련했다. 백남준 스스로 대표작이라고 했던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 중 8대’와 제45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됐지만 국내엔 공개되지 않았던 ‘스키타이 왕 단군’ 등이 눈여겨볼 작품들이다. ‘나의 파우스트’ 3점, ‘TV 물고기’, ‘알’ 등 수작도 공개된다.(02)2014-6901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