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쉬고 다시 위빈과 장쉬가 마주앉았다. 이틀 전과 달라진 것은 두 사람의 위치. 문쪽에서 볼 때 오른쪽에는 언제나 흑번인 사람이 앉게 되어 있으므로 오늘은 위빈이 오른쪽 의자에 앉았다. 백6의 급격한 협공이 서반의 이채였다. 장쉬가 일본 명인전에서 고바야시 사토루를 상대로 몇번 실험했던 그 패턴이다. 흑11까지 진행되었을 때 대뜸 백12로 붙여간 수가 강력한 노림을 품고 있다. 백16에 위빈은 10분남짓 장고했다. “고민할 수밖에 없지요. 마땅한 팻감만 마련되면 백은 지체없이 패를 들어갈 예정이거든요.” 사이버오로의 생중계를 맡은 강훈9단의 말이다. 만약 흑이 참고도1의 흑1로 두면 백은 즉시 2로 시한폭탄에 불을 댕길 것이다. 엄청나게 큰 승부패가 벌어지는데 이 패는 그 부담에 있어서 흑이 일방적으로 더 큰 부담을 안고 있다. 백은 패를 져도 그리 큰 손실을 보는 것이 아닌데 흑이 패를 지면 그대로 치명상을 입고 만다. 참고도1의 백10에 흑은 패를 해소하고 백은 A로 따내는 바둑이 될 터인데 그 진행은 백이 유망하다. 그런 연고로 위빈은 장고를 했던 것이다. 위빈의 흑17은 고심 끝의 선택이었는데 장쉬는 이 수가 자기를 편하게 해준 수였다고 복기 때 말했다. 그가 염려했던 코스는 흑이 참고도2의 흑1로 그냥 패를 방지하는 것이다. 백은 2로 붙여가는 정도인데 그때 흑이 좌하귀를 먼저 씌워갔으면 도리어 흑이 활발한 포석이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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