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법 앞에 예외없다"…악습 뿌리 뽑아라
매년 300건 안팎 단행되는 형집행정지는 사실상 특권층의 몫이다. 살인청부로 복역 중인 중견기업 회장 부인 A씨가 제집 드나들 듯 수시로 교도소를 나갔다 온 것이 들통난 사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국가를 지탱하는 것 중 하나는 법과 질서다. 무시되거나 무너지면 국가는 아노미 상태에 빠진다. 혼란 그 자체다. 탄탄한 토대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법ㆍ질서를 바로 세우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이를 위해 법 앞에서는 예외 없는 원칙 적용이 중요하다. 전관예우의 악습을 뿌리 뽑고 사라지지 않는 부패의 고리도 끊어야 한다. 낡은 행정법령에 대한 전면적인 재정비도 필요하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령 자체가 규제가 되는 탓이다. 무분별한 입법도 줄여야 하다. 국회의원의 의원입법은 17대 6,387건에서 18대 1만2,220건으로 늘었다. 그렇다 보니 헌법소원은 증가하는 추세다. 2009년 975건에서 2012년에는 1,183건에 달했다. 부실한 법령이 많다는 방증으로 이는 법ㆍ질서가 무너지는 원인이다.
② 국민 눈높이에 맞춘 행정시스템 시급
국민들 가운데 믿고 따르는 국가시스템을 위한 시급한 과제로 '투명한 행정부'라고 답한 비율은 18.27%에 달했다. 10명 가운데 2명은 행정부가 투명하지 않다고 본다는 뜻이다. 역대 모든 정부가 국민에게 다가서겠다고 소리를 높였지만 불신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행정시스템을 그 이유로 꼽았다. 국민의 시선에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일부의 말단 행정부처의 경우 고압적인 분위기가 종종 목격된다. 창조경제를 외치면서 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고 하지만 인허가 하나를 받기 위해서는 수십 개의 도장을 찍는 사례도 있다. 일이 생기면 행정법령 제ㆍ개정으로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또한 소비자를 문맹화하는 난해한 약관이 많고 세법은 마치 암호와도 같다. 조세제도와 함께 누더기가 된 부담금 제도 역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의 사례다. 부동산이나 증권시장 등의 대책 역시 대증요법이 많다. 탁상행정이 아닌 국민의 시각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행정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③ 선거때만 국민찾아… '신뢰정치'가 우선
민주당 출신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에게 "당신 덕분에 미국이 더 너그러운 나라가 됐다"는 찬사를 보냈다. 지난 2008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정권에 대한 맹공을 퍼부으며 대통령으로 당선된 그이지만 정치계의 원로가 된 전직 대통령과 그의 일가에게 극진한 예의를 갖췄다. 당파를 초월해 서로를 존중하는 미국 전현직 대통령의 모습은 전직 대통령을 헐뜯기 바쁜 한국 정치권의 현실과 씁쓸한 대조를 이뤘다. 국회의원은 헌법과 관련 법률에 따라 200여개의 특권을 부여 받는다. 자유로운 입법활동을 위해 보장된 권한이다. 하지만 이 권한은 남용되고 있다. 정치가 후진적인 이유다. 정치쇄신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은 의원 특권의 핵심인데 의무를 위해 부여 한 이들 제도가 결국 국회의원들의 비리와 무책임을 조장∙방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신뢰를 잃어버린 그들에 대한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④ 툭하면 규제…자율경영 힘 실어줘야
국민소득 3만달러의 벽을 넘기 위한 주체는 기업이다. 물론 개발시대에는 국가가 경제를 주도했다. 1960년대 이후 경제개발5개년계획으로 대표되는 정부주도형 경제정책을 통해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으로 도약했다. 당시에는 정부 및 관료ㆍ정치인의 경제행위 제약ㆍ개입이 정당화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주체가 바뀌었다. 그럼에도 구태는 여전하다. 정부가 30대 기업 사장을 비자발적으로 소집해 대기업 투자ㆍ고용계획을 발표하는 행사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연간 투자ㆍ고용계획을 정부가 취합해 공개하는 전형적인 '관치(官治)'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정부 위주의 기업정책에서 기업의 자율을 바탕으로 한 경제체제를 구축하고 산업정책도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오너체제는 나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조화를 추구하는 등 지배구조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해법도 제시된다.
⑤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사회 정착
세대ㆍ지역ㆍ빈부갈등부터 갑을관계 논란까지…. 한국사회의 갈등구조는 다층적이다. 다문화가족이 늘면서 인종갈등의 싹도 돋고 있다. 익명성을 이용한 인터넷의 댓글은 사람의 목숨마저 잃게 할 정도다. 논란이 됐던 갑을관계 역시 마녀사냥 식으로 진행됐다. 차분하게 현실을 진단하기보다는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없이 저급한 비난이 주를 이뤘다. '리틀 싸이'에 대한 악플은 인종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대로 드러났다. 실패자에 대한 시각도 차갑다. 실패의 '주홍글씨'가 새겨지면 재기하기가 쉽지 않다. 10~20대가 과감한 모험을 피하고 편하고 안정적인 곳만 찾아 헤매는 이유다. 지역갈등은 여전히 정치권에서는 표심을 자극하는 주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따뜻함이 없는 부자들의 선민의식은 빈부의 갈등만 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을 관리할 제도적 틀은 부족하다. 공권력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차이를 인정하는 문화의 확산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⑥ 퍼주기식 아닌 고용창출 복지 도입을
복지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안팎일 때 으레 나오는 요구다. 하지만 성장기반이 없는 복지확대는 국가경제를 나락에 빠뜨린다. 선진국 반열에 올랐던 네덜란드나 그리스 등 북유럽 국가의 파탄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복지체제 구축이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나하나 해결하자는 것이다. 복지를 고용확대와 연결시켜야 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고용률은 2000년 61.5%를 기록한 후 지난해까지 62~64%에서 맴돌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우리 경제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용창출형 복지가 강조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포퓰리즘에 휩쓸려 퍼주기 식 복지에 매몰되기보다는 일자리를 통해 사회ㆍ경제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적극적인 복지정책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가입률이 64%에 머물고 있는 국민연금의 가입을 늘리고 영세업자 등 4대 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⑦ 100년 앞 내다보는 교육 필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은 춤을 춘다. 하나같이 100년 앞을 내다보는 '최선의 정책'이라고 내놓지만 몇 년 뒤에는 또 바뀐다. 수시로 변하는 대학입시제도는 결국 공교육 붕괴를 초래했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 중심의 시스템이 주가 되면서 대학서열화, 학교폭력, 신교육계급 고착화 등의 사회적 문제는 더욱 심화되는 실정이다. 교육경쟁력 역시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교육경쟁력 순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59개국 가운데 31위에 그쳤다. 공교육보다 사교육에 매달리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풍토가 1차적인 원인이다. 소득양극화가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심화시켰고 학력 대물림을 만들었다. 사교육비 격차도 소득에 따라 10배까지 늘었다. 공교육을 살리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이뿐 아니다. 대학등록금 경감도 중요하지만 고졸 인재가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부실 대학을 솎아내야 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제기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