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대기업, 개중에서도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뚝 떨어져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환율이 워낙 가파르게 움직인데다 유가 급등으로 기업들의 경영여건이 그만큼 나빠졌음을 반영한 것이다. 기업들 전체적으로는 1,000원어치의 상품을 팔아 62원을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악화폭은 크지 않아 수익성 지표 전체로 볼 때 외환위기 이후로는 지난 2004년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기업들의 내성이 많이 향상됐음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2005년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매출액경상이익률’은 6.2%로 전년(7.0%)에 비해 0.8%포인트 내려앉았다. 이는 98년(-1.17%)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다. 매출액경상이익률은 매출에서 차지하는 경상이익의 비율로, 이 비율이 6.2%라는 것은 1,000원어치의 상품을 팔아 62원의 이윤을 남겼음을 의미한다. 매출액영업이익률도 5.9%로 전년(6.8%)보다 떨어져 2001년(5.1%) 이후 처음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매출증가율도 4.3%에 그쳐 전년의 13.3%를 훨씬 밑도는 등 수익성과 성장성 관련 지표가 일제히 둔화됐다.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도 지난해 460.3%로 전년(483.4%)에 비해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가장 암울한 시간을 보낸 곳은 역시 수출기업들이었다.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의 매출액경상이익률이 8.1%로 전년에 비해 2.1%포인트나 떨어진 반면 중소기업은 3.9%로 오히려 0.6%포인트 올라 대조를 이뤘다. 기업형태별로는 수출기업의 매출액경상이익률은 6.3%로 전년보다 3.0%포인트 하락한 데 비해 내수기업은 0.2%포인트 오른 6.7%로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현금 선호현상도 여전했다. 제조업체의 총자산 중 현금성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0.0%를 기록해 처음으로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유형자산이 6.2% 증가했지만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7%로 떨어져 역시 처음으로 40% 미만을 기록했다. 투자는 하지 않고 빚 갚는 데만 열중하다 보니 지난해 말 현재 국내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110.9%로 전년보다 3.1%포인트 떨어져 97년(424.64%) 이후 8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연도별로 비교하면 66년 이후 최저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