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글로벌 증시 상승 흐름에서 소외돼 온 국내 증시가 외국인 대량 매수에 힘 입어 2,000선 탈환에 성공했다. 지난달 14일(2,007.04) 이후 26거래일 만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오르지 못한 데다 그 동안 악재로 부각되던 엔화 약세 우려가 차츰 줄고 있다”며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전 고점(2,031포인트) 돌파도 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20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95%(38.81포인트) 오른 2,024.640 기록하며 한 달 만에 2,000선 위로 올라섰다. 증시 상승을 이끈 것은 단연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이날 5,698억 원을 사들이며 지난해 9월14일(1조2,830억원) 이후 최근 5개월새 가장 많은 물량을 담았다. 지수의 하루 상승폭도 지난해 9월 14일(2.92%) 이후 가장 컸다.
외국인이 주로 매수한 종목은 전기전자(IT)와 운송장비, 철강 등으로 삼성전자(294억 원)를 비롯해 기아자동차(59억 원), LG전자(51억 원), 현대제철(36억 원) 등을 주로 담았다. 외국인들의 경우 이 달 들어 1조479억 원을 사들이는 등 지난 달(-1조8,884억 원)과는 대조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내 증시가 최근 반등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국내 증시가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오르지 못한 데다 엔화 약세 우려가 점차 사그라지며 외국인이 ‘바이 코리아’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미국 등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는 데 따른 수혜를 국내 증시가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엔화 약세에 따른 에너지 수입 가격 급등으로 무역적자를 기록하자 엔저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차츰 줄고 있다”며 “올 들어 국내 증시만 내리는 등 글로벌 증시와의 디커플링 현상이 지속된 점도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바이(Buy) 코리아’에 나서며 국내 증시가 추세적 상승을 이어갈 수 있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경기가 점차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새 정부 출범으로 경기 부양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이미 국내 증시가 선진국에 비해 디커플링이 심화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여기에 박근혜 정부 출범에 따라 경기 부양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가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도 추세적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예산 자동삭감과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 등이 증시 상승세를 막을 수 있는 걸림돌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곽 연구원은 “미국 재정절벽 합의로 이행 시기가 올 1월에서 3월로 늦춰진 예산 자동삭감이 국내외 증시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아직 가시화되고 있지는 않으나 프랑스 신용등급 하락이 거론되고 있는 점도 투자자들이 증시 투자에 앞서 반드시 체크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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