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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리 벗어난 여야 대결
입력2002-08-12 00:00:00
수정
2002.08.12 00:00:00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장남 정연씨의 병역비리혐의 사건은 지난번 대선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서, 16대 대선을 4개월여 앞둔 현시점에서 다시 불거지게 된 이유를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
이 사건이 오는 12월 대선전에 미칠 영향이 지대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사생결단적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법과 순리는 버린 지 오래고 원색적인 감정싸움만 판을 치고 있다.
이 사건을 고발한 김대업씨는 병역사기 전과가 있는 인물이다. 98년 이후 김씨는 군검찰과 검찰의 병역비리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그가 병역비리를 잘 알고 있다는 이유에서 였다. 특히 지난해 1월 이후 1년여 사이에 검찰은 수감중인 그를 149회나 출정시켜 수사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김씨의 조력을 받은 수사결과는 합리적인 의심(Resonable Doubt)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합리적인 의심을 살만한 사람의 증언이나 그런 사람이 제시한 증거는 아무리 명백한 것이라고 해도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선진국의 재판 관행이다.
미국의 흑인 미식축구선수 O.J. 심슨에 대한 살인혐의 사건에서 인종차별적인 언행을 보인 형사에 의해 확보된 결정적 물증을 배심원들이 배척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김씨는 12일 병역비리 사건과 관련한 녹음테이프와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했다. 이 증거물들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일은 검찰의 몫이다.
김씨 측은 수사에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과 증거인멸 등의 이유로 녹음테이프와 녹취록 전체를 공개하진 않았는데 이는 조속한 진실규명을 통해 이 해묵고 짜증나는 사건으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라는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김씨는 모든 증거물을 하루 빨리 제시해 검찰의 진실규명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수사에 혼선이 일어나고 증거가 인멸될 증거라면 증거능력은 의심을 면할수 없을 것이다.
이 사건을 대하는 한나라당의 태도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이 김정길 법무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은 그 중 대표적이다. 한나라당은 이에 앞서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거론하기도 했다.
탄핵안은 물론이고 해임건의안은 대상자의 위법혐의가 명백할 때만 발동돼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김정길 장관의 법무장관 재임명에 병역비리조작 혐의가 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해임건의안 운운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맘에 안 들면 어느 장관이든 해임시키겠다는 위협이나 다름없다.
한나라당은 8.8재보선에서 과반의석을 넘는 원내다수당을 만들어 준 국민의 뜻이 다수의 횡포를 부리라는 것이 아님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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