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크게 웃어 봤어. 유쾌해! 재밌어!” KBS1TV 일일 드라마 ‘열아홉 순정’(월~금 오후8시25분)의 박동국(한진희)이 극 중에서 국화(구혜선)를 보고 한 말이다. 이 말만큼 드라마를 잘 설명해주는 표현이 있을까. 19살 연변 처녀 국화의 좌충우돌 서울 생활기를 그린 ‘열아홉 순정’은 오랜만에 TV에서 만나보는 담백하고 유쾌한 드라마다. 드라마의 기본 구조는 단순하다. 순진한 국화가 서울에서 살며 온갖 고난을 겪다가 결국엔 일도 잘 풀리고 사랑도 찾는다는 것. 제작진은 자칫 뻔한 이야기가 될 수 있는 드라마를 소박하고 재미있는, 배우들의 감칠 맛나는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제작진은 우리가 바쁜 생활 속에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것들을 중요시한다. 사람에 순정과 일에 대한 열정, 그리고 가족 사이의 화목이 그것이다. 시청자들은 국화의 순수한 마음과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리고 화목한 우경(이민우) 네 식구들을 보며 흐뭇해 할 수 있다. 국화는 다리도 성치 않고 나이도 많은 순구의 착한 마음에 반해 만난 지 3일 만에 결혼을 결심한다. 순정을 가진 인물은 국화뿐이 아니다. 나이 70의 홍 영감(신구)도 엄지 여사(이혜숙)에게 순정을 느낀다. 홍 영감은 엄지 여사를 위해 놀이 동산에서 하루 종일 놀고 젊어 보이기 위해 꽃무늬 셔츠도 마다치 않는다. 열정 또한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개 요소다. 국화는 각종 청소, 꽃 심기 등 어떤 일도 항상 방실방실 웃으며 한다. 금촌역 역장을 열심히 하고 있는 우경의 아버지 홍문구(강남길)와 까탈스럽고 차갑지만 자신의 일은 확실히 해내는 윤후(서지석). 드라마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인물들을 통해 현실에 안주하기 쉬운 사람들에게 자극을 준다. 여기에 밤무대 3류 가수 홍풍구 역을 맡은 강석우와 푼수 연기와, 홍 영감의 양복점 보조 고 씨로 출연하는 이한위 씨의 능글 맞은 연기는 드라마에서 ‘감초’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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