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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리 전격인하 배경
입력2001-01-04 00:00:00
수정
2001.01.04 00:00:00
美금리 전격인하 배경
6차례인상 행진하다 경기 심상치않자 단행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년만에 통화정책의 방향을 '긴축'에서 '완화'로 바꿨다. 이번 금리인하는 지난 98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정례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아닌 임시회의에서 금리를 내린 것도 98년10월 이후 처음이다. 98년10월 당시에는 러시아의 외환위기와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LTCM)의 부도위기로 인해 뉴욕 증시의 폭락은 물론, 주요 금융기관들의 유동성위기로 인한 신용경색 조짐까지 나타났었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임시회의를
소집, 전격적인 금리인하라는 예상 밖의 강수를 동원, 뉴욕 증시를 되살려내고 신용경색 조짐마저 해소하면서 미국 사상 최장의 호황으로 연결시켰다. 당시 임시회의는 전화로 이뤄졌었다.
이후 FRB는 통화긴축기조로 돌아섰다. 99년6월 처음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2000년 5월까지 FRB는 6회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다. 처음에는 0.25%포인트씩 조심스럽게 올렸으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폭등세를 멈추지않자 지난해 5월에는 결국 0.5%포인트나 인상했다.
이에 대해 경기 하강조짐이 보이는 오르막길에서 브레이크를 너무 세게 밟았다고 비판하는 경제학자들도 적지않았다. 웰스 파고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겸하고 있는 손성원 부행장은 "지난해 금리인상중 마지막 1~2회는 금리를 올리지 않는게 바람직했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금리인상에도 불구, 주가가 폭등한데 대해 일부 경제학자들은 FRB가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금리는 올리면서 막상 시중 유동성은 종전보다 더 넉넉하게 푸는 바람에 증시가 유동성 장세를 나타내면서 폭등세를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금리인하와 관련, 또하나 관심의 대상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의 감세(減稅)정책의 실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점이다.
부시 당선자는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1조3,000억달러 규모의 감세정책을 반드시 실현시키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공화당 의원들조차 적지않게 이를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부시 진영은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하면서 감세정책 실현을 위한 정지작업에 나선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그동안 감세정책에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그린스펀 의장이 선제적으로 대폭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함으로써 부시의 감세정책 추진에 사실상 제동을 건 셈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경기진작을 위한 감세정책의 효과는 미지수이며 통화금리정책이 경기조절을 위해서는 훨씬 기동성있고 효과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감세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때 가서는 경기흐름이 완전히 뒤바뀌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경제학자들의 지적이다.
이날 부시당선자는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믿는다"며 FRB의 금리인하조치를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부시진영에서 이번 금리인하와 감세정책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분석할지 주목된다.
어쨌든 그린스펀의장은 부시진영의 눈치에 아랑곳하지않고 2년만에 통화정책의 방향을 '완화'로 바꾸면서 사상 최장 호황을 누려온 미국 경제를 안착(安着)시키기 위한 수순에 착수한 셈이다.
뉴욕=이세정특파원 bob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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