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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21세기를 향한 '97선택
입력1997-01-01 00:00:00
수정
1997.01.01 00:00:00
◎경제 다시 세우는 해,경제대통령을 뽑는 해로다시 새해의 첫해가 솟았다. 회한의 병자년을 접고 힘겨운 도전의 정축년이 열렸다. 어느해인들 그렇지 않겠나만 올해의 의미는 각별하다.
구겨지고 만신창이가 된 지난해에 대한 매서운 반성에 이어 올해의 경제를 되살리고 새대통령을 바로 선택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세기를 정리하고 새로운 21세기를 이끌어갈 새지도자를 선출하고 선진국 경제로 키우기위한 위기 관리 및 극복의 해가 돼야하기 때문이다.
새해가 희망과 축복의 해가 돼야할 터임에도 불구 우리앞에 놓여진 현실은 불행히도 만만치 않다. 지난 96년이 남긴 짐이 너무 버겁다. 한마디로 모든 분야가 총체적 부실과 거품이다.
○F학점의 부채안고
지난해 연초부터 경고돼 온 경제의 추락은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물가만은 그럭저럭 합격점을 받았다고 하나 경제성장은 6%대로 내려앉았고 국제수지 적자는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2백30억달러가 넘은 경상수지 적자로 지구상에서 사실상 최대의 적자국이라는 오명을 기록했다.
외채 또한 1천억달러를 돌파, 멕시코사태가 결코 강건너 불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
가장 믿었던 안보에 구멍이 뚫려 간담을 서늘케했고 공직사회는 건드렸다하면 비리와 부정이 무너져 내렸다.
무책임 무소신 무사안일의 결과이다. 예측은 번번이 빗나갔다. 대책마저 무대책이었다.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은 족족 실기했다. 어떻게 되겠지하는 베짱이식 낙관으로 손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어이없이 추락했다.
그래서 96년의 경제성적표는 더 들여다볼 것도 없이 F학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이니 세계화니 개방이니 해가며 살림 망해 먹은 꼴이다.
올해는 달라져야한다. 일어서지 않으면 안된다. 절망적인 경제를 희망의 경제로 되살리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올해 전망도 잿빛이다. 국가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된 경제의 추락을 되돌려 놓기란 쉽지않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혁파가 하루 이틀에 될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기관들은 올해도 저성장 고물가 국제수지적자확대를 점치고 있다. 또 지난 연말 노동법 날치기통과로 빚어진 노사,노정갈등이 심각한 악재로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대외환경도 우리 편이 아니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가 정착되면서 개방압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OECD가입에 따라 선진국수준의 「품위유지비용」도 더 들어가야한다. 경쟁력은 개도국 수준이면서 선진국 모양갖추기를 하려다보면 적자는 악화되고 빚은 더욱 늘어나지 않을 수 없다.
○해법은 「사람」에서
한때 우리에게 행운을 안겨준 엔고는 이제 엔저로 돌아서 언제 다시 엔고로 바뀔지 기대하기 어렵다. 운도 따라주지 않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대선바람이다. 이미 책임회피 눈치보기 복지부동의 정권말기현상이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고 있는 마당에 대선바람은 이른바 「선거현상」을 몰아올 것임에 틀림없다. 경제는 어디로 가든지, 경쟁력은 어떻게 되든 아랑곳없이 「대통령병」에 걸린 사람들의 무책임한 선거공약이 남발될 것이다. 그렇다고 정치논리 선거논리에 단연코 「노」하는 정부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 된것은 최대의 악재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결코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 21세기를 3년 남겨두고 있다. 21세기를 한국의 세기로 맞이하기 위해 또 선진국에 기필코 진입하기 위해 다시 뛰어야한다. 따라서 새해의 국가적 과제는 경쟁력살리기 경제바로 세우기 일수밖에 없다. 경제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진인사대천명일 것이다.
어차피 운이 따라주지 않고 운을 바랄수도 없게 돼있다. 구조적인 문제라 올한해로 해결될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올해의 난국극복은 사람에 달려있다.
정치인 공무원 기업인 소비자 할것없이 모든 국민이 난국을 헤쳐나가려는 도전의욕을 가져야한다. 그런 분위기를 선도하는 것은 지도자의 몫이다. 임기 1년을 남긴 대통령이 경제바로 세우기의 선두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말 누수현상을 막는길도 거기서 찾을 수 있다. 임기를 시작할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경제살리기 설계를 다시 해야한다. 초기의 개혁추진력으로 정부와 국민 기업에 새로운 분위기를 불어넣어야 할 때이다.
○새 지도자 고르는 지혜
또 하나 올해 우리의 과제는 경제를 알고 안보를 튼튼히 할 능력과 리더십을 갖춘 새 대통령을 선택하는 일이다. 경제살리기가 사람에 달려있듯 새 지도자를 골라내는 일도 국민의 몫이다.
올해 국민들의 할일 중에서 경제를 튼튼히 하고, 삶의 질을 높이고, 법과 제도가 지키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 대통령을 뽑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지연 학연 혈연 등으로 편을 가르고 지역을 쪼개는 악습이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 보복의 악순환도 단절돼야한다. 경제를 더이상 추락하도록 방관할수는 없다. 안보에 허점을 보여서도 안된다. 국가관리능력에 부실한 구석이 있어서는 안된다.
때문에 대통령에게 수습기간은 있을 수 없다. 21세기 문턱을 선진국 쪽으로 열어갈 사람, 지금 경제의 실상을 정확히 판단하고 경제활력을 되살릴수 있는 사람, 북한을 알고 통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 국민의 가려운데를 긁어줄 수 있는 사람, 포용과 화해로 정치와 사회를 통합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가려낼 수 있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다. 5년동안 두고두고 후회할 오판을 안하는게 최선이다.
국민 모두가 경제바로세우기 좋은 대통령 골라뽑기를 올 초하루의 기본설계로 삼아야 한다. 그것만 이뤄진다면 올해는 개인도 국가도 성공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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