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요새 아이들 제3보(31~48) 우변의 백이 쉽사리 안정된다면 흑은 무조건 집부족이다. 맹렬하게 공격해서 뭔가를 얻어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펑첸이 31로 백의 근거를 박탈한 것은 당연했다. 백32는 이것이 행마의 틀이다. 계속해서 34로 어깨를 짚은 것은 이런 형태의 급소. “품세가 척척 나오네요.” 검토실의 서능욱9단이 고개를 끄덕끄덕. 행마의 리듬이 살고 있다는 얘기였다. 흑35로 쫓아올 때 비로소 36으로 붙여간다. 이 수순이 절묘하다. 백34로 그냥 참고도의 1에 받으면 흑2로 씌우는 수가 멋지다. 그때 3으로 짚어가면 흑은 반발하지 않고 4, 6으로 실리를 차지할 것이다. 이 코스는 흑2가 천하를 호령하는 형상이므로 백의 불만이다. 흑37은 기호지세. 여기서 38로 젖혀간 수 역시 기세. 불꽃이 튀는 접전. 펑첸쪽에서 먼저 미스블로가 나왔다. 흑45가 그것이었다. 백48의 이단젖힘에 펑첸의 손길이 얼어붙고 말았다. ‘응수가 없다’는 말은 이런 경우를 말함일 것이다. 흑45는 그냥 49의 자리에 밀고 싸울 자리였다. 장고에 빠지고 마는 펑첸. 검토실의 서능욱9단이 다시 한마디. “요새 아이들은 정말 잘 싸워요. 전신(戰神) 조훈현이 아이들을 다 버려놨어요.”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4-12-07 20:46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