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은·기은 등을 기타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2년 두 은행의 민영화를 원활하게 추진할 목적으로 기타공공기관에서 해제했지만 새 정부 들어 민영화가 중단된 만큼 원상 복귀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기타공공기관에서 해제된 후 두 기관의 실적이 뒷걸음질 친 반면 복리후생 수준은 올라가는 등 방만 경영의 소지가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기타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되면 경영진의 연봉을 정부 방침에 따라 깎을 수 있고 인건비·업무추진비·복리후생비 등 주요 경영 현황도 모두 공개되기 때문에 경영이 투명해지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문제는 오락가락하는 공공기관 재지정으로 애꿎은 고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소매금융의 위축이다. 두 기관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에 따라 가계대출과 같은 소매금융을 향후 늘릴 수 없다. 기타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되면 이 같은 금융당국의 방침은 더욱 강제력을 갖게 된다.
산은은 2010년 강만수 전 회장이 부임하면서 이듬해 고금리 대출 상품인 다이렉트 뱅킹 상품을 내놓으면서 소매금융 부문의 일대 변혁을 불러왔다. 지점 방문 없이 인터넷으로 가입하는 이 상품에 9조7,000억원(2003년 6월 말)이 넘는 시중자금이 몰린 것이다.
하지만 산은은 정부 방침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이 상품에 대해 신규 가입을 받을 수 없다. 계열사인 대우증권에 들어섰던 복합점포도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한때 10조원 가까운 돈이 몰렸던 다이렉트 예수금은 지난해 말 현재 8조5,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기업은행 역시 전임 조준희 행장 시절 개인 고객 영업을 크게 늘렸지만 지금은 공격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가계대출을 더 이상 늘리지 말라는 지도를 받았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개인 고객 수는 2010년 말 943만명에서 지난해 6월 말 1,213만명까지 늘었지만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되면 사실상 소매금융 부분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서 "기업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 싸다"는 소문을 듣고 알음알음 기업은행을 찾은 고객들 입장에선 혜택이 줄어든다는 애기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민영화가 중단됐고 방만 경영을 줄이기 위해 이들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2년 만에 다시 번복하는 것을 보면 과연 두 정책금융기관에 대한 장기 전략이 서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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