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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규제서 소비자 보호로 정책 중심추 이동

유화제품·기름값 담합 적발이어<br>교복등 교육산업 불공정 조사<br>소비자주권 확보 긍정적 평가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의 행보가 매섭다. 연초부터 석유화학제품 가격 담합, 정유사 가격 담합 등 대형 카르텔 사건을 적발한 데 이어 제약사의 리베이트 관행,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지배적 사업지위 남용 여부 등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 생활과 직결된 중ㆍ고생 교복 가격 담합, 사교육비 가격 담합 등에 대해서는 날을 세우면서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부쩍 다가서고 있다. 지난해 출자총액제한제도 개편안 등 마련에 집중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공정위의 이 같은 변신에 대해 평가는 갈린다. “무게추가 대기업 집단정책보다는 불공정 거래행위 전반으로 확대하는 게 낫다”는 긍정론과 “활동의 범주가 커지면서 의욕이 너무 앞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는 것.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제활동 전반의 불공정한 행위를 차단하는 게 본연의 업무”라며 “최근 발표된 것은 모두 수년째 조사한 결과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책의 무게추 이동한 공정위=한때 ‘공정위=출자총액제한제도 집행’식의 등식화가 이뤄질 정도로 공정위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은 재벌규제 정책을 펼치는 부처였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이 바뀌고 있다. 정유사 가격 담합 등 대형 카르텔 사건을 잇따라 적발했고 교복값 담합은 물론 불공정 행위 조사 대상을 교육산업 전반으로 확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때문인지 “피해를 봤다”는 제보도 늘고 있다. 공정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올해 들어 부쩍 소비자들의 제보가 늘면서 (불공정 행위 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건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실제로 올해 업무보고에서 제시한 정책 목표 중 시장경쟁 촉진, 소비자 주권 확립 등을 제시해 상당 부문이 소비자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권오승 위원장도 최근 소비자보호원이 공정위 산하로 넘어오는 것을 계기로 “올해는 소비자들이 기업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시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소비자 주권을 확보하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기업활동 위축” 부작용도 감안해야=부작용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크다. 자칫 의욕이 앞서 불공정 행위 적발이 늘 경우 기업 역시 이에 대한 방어에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본연의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출시장과 내수시장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용차의 수출가와 내수가 차이의 조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관련 업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의욕이 앞선 탓인지 행정소송에서의 패소율도 늘고 있다. 지난해 확정판결이 나온 공정위 관련 행정소송 83건 중 공정위가 전부 승소한 소송은 50건으로 60.24%에 그쳤다. 공정위가 전부 패소한 소송은 19건으로 22.89%였고 나머지 14건(16.87%)은 일부승소나 일부패소였다. 공정위의 승소율은 지난 2001년 71.0%에 달했으나 이후 2003년 66.0%, 2005년 57.8%로 낮아졌다. 특히 지난해 서울고법은 7개 대형 시멘트 업체의 담합에 대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이 과도하다며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고 BC카드 등 카드사들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과징금을 취소하라는 판결도 나왔다. 행정소송 관련 패소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인식했는지 공정위는 기업들의 위법행위는 엄격히 적발하되 과징금 부담은 완화해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과징금 부과 체제를 더욱 정밀하게 정비해 기업들이 제재에 불복할 여지를 줄이고 소송에서도 공정위가 패소하는 경우를 줄여나가겠다는 의도다. 물론 의욕을 앞세운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복선도 깔렸다. 기업체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행보 하나하나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며 “관련 조사가 시작되면 사실상 그 부서의 업무는 엄청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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