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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헌팅턴 '문명충돌론'의 허구성 고발
입력2000-03-01 00:00:00
수정
2000.03.01 00:00:00
이용웅 기자
『이 책은 세계 정치의 복잡한 관계를 「우리 대 너희」의 단순한 도식 속에 끼워넣는 시도에 정면으로 반대한다. 이 책은 또 다섯 개의 대륙 위에서 벌어지는, 얼키고설켜 잘 조망되지 않는 사건들과의 힘겨운 논쟁을 독자에게 요구하고 있다.』독일 프랑크프루트 대학교수이자 헤센 평화·갈등연구소장인 하랄트 뮐러는 자신의 저서 「문명의 공존」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바로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에 대한 반박이다.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에서 앞으로 문명과 문명의 충돌이 세계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 되며, 문명에 바탕을 둔 질서만이 세계전쟁을 막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고 주장한 것. 여기에는 이슬람 등 제3세계의 문명이 미국 주도의 자유세계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는 등 이종 문명에 대한 편견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문명의 공존」을 쓴 뮐러는 문명간의 대화와 공존의 가능성을 역설하면서 서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이종 문명에 대한 편견을 질타하고 있다.
가령 헌팅턴은 이슬람교도들과 비이슬람 사이의 분쟁이 문명간 분쟁에서 4분의 3을 차지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슬람문화의 폭력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뮐러는 『이슬람 문명은 육로 경계가 현격히 길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즉 『헌팅턴의 통계는 오래 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 즉 육로 경계를 사이에 둔 국가들은 갈등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을뿐 새로운 점은 없다』고 말한다.
또 헌팅텅은 중국·북한의 대 이슬람 무기수출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슬람·유교 문명의 동맹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뮐러에 따르면 이는 서방국가들의 대 이슬람 무기수출이 아시아권의 그것에 비해 10배가 넘는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이처럼 뮐러는 21세기에는 문명과 문명의 공존을 더욱 중요시해야지, 갈등만을 부추키는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식 사고방식은 또 하나의 황화론임을 역설한다. 1만4,000원. 푸른숲 펴냄. (02)364-7871.
이용웅기자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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