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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을 지켜라] 한솥밥 먹던 동료가 '산업스파이'

국정원 적발 72건중 60건이 '집안식구' 소행<br>e메일·디카등 활용… 사전 포착도 쉽지 않아<br>"보안시스템보다 직원의식 높이는 게 더 급해"


반도체, 휴대폰 등 정보기술(IT)분야 뿐 아니라 철강,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우리의 핵심 기술을 빼내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해외 경쟁업체 임직원들이 직접 한국 기업에 접근, 기술을 빼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시도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는 데다 ‘알짜 기술’을 빼내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좋은 기술을 가진 회사의 내부인력을 공략하는 것이다. 회사에 불만을 품은 임원이나 처우가 좋지 않은 연구원들을 매수해 핵심 기술을 빼오도록 종용하기만 하면 된다. 결국 내부의 적(敵)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핵심 기술을 지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집 안 식구가 주로 기술 유출시켜=산업기술 유출은 대부분 내부자가 적극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취한 행동의 결과다. 내부자만이 그 회사에서 어떤 정보가 가치가 있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의 적(敵)이 가장 무서운 셈이다. 특히 어떤 보안기술을 이용한다 해도 내부자는 그것을 무력화할 수 있다. 산업기술을 보호하는 첫 걸음은 바로 ‘인력 관리’라고 할 수 있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 따르면 200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적발된 산업비밀 유출은 모두 72건으로 이 가운데 60건은 내부인 매수를 통해 이뤄졌다. 유출 동기로는 금전이나 창업 등 개인영리를 추구할 목적으로 기밀을 빼돌리는 경우가 49건(68%)으로 가장 많았다. 처우ㆍ인사 불만이나 신분불안을 느끼고 산업기밀을 유출하는 경우도 19건에 달했다. 산업스파이는 기업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산업스파이들은 컨설팅이나 계약체결 등을 미끼로 던지기도 한다. 공동연구나 합작을 빙자해 산업기밀을 빼내는 ‘내부 침투’도 자주 활용된다. 결국 돈이 되는 정보를 알아내려면 기업 내부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무와 연구성과에 대해 충분한 보상이 가장 효과적인 보안 대책이지만 자금력이 여의치 않은 중소기업들의 경우 이런 보상이 어렵다. 하지만 기업 내부에 충분한 감시시스템을 마련해 두면 손쉽게 중요 정보를 빼내가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기밀 보호절차를 수립, 집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 메일 등 일상적인 업무 수단 활용=산업기밀을 빼낼 때 주로 사용하는 수단은 의외로 단순하다. e메일이나 메신저는 물론 디지털카메라나 카메라폰 등이 대표적인 수단이다. 일상 업무나 생활에서도 널리 사용하는 탓에 의심을 사지도 않는다. e메일과 메신저는 외국 계정으로 만들면 특별한 인적사항을 입력하지 않아도 즉시 만들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수신자를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방화벽과 PC관리 프로그램을 설치해 인가되지 않은 메신저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막고, 회사 e메일이 아닌 일반 서비스 업체의 e메일을 차단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보안 조치다. 또한 외부로 e메일을 보낼 때는 부서장에게 동시에 전달되도록 하거나 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기밀 유출을 막는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와 카메라폰도 산업기술을 빼내오는 데 자주 사용되는 도구다. 용량의 제한이 거의 없기 때문에 문서나 도면을 촬영해 빼돌리는 데 적합하다. 그래서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은 연구시설에 들어갈 때는 휴대폰 카메라를 봉인하고, 디카는 아예 반입하지 못하도록 한다. 노트북도 유용한 기밀유출 수단이다. 세계적인 보안업체인 시만텍은 지난 2월 통상적인 업무에 이용되는 노트북에는 평균 100만 달러에 상당하는 데이터가 저장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의 업무용 노트북 관리는 아주 허술하다. 프리젠테이션 등을 이유로 중요한 기술 정보가 담긴 노트북을 회사 밖으로 가져나가는 경우도 많다. ◇보안 인식을 높여야=중요한 회사 기밀을 지키려면 체계적인 보안 시스템을 갖추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들은 기술 보호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자금부족 등을 이유로 투자를 망설인다. 국정원 관계자는 “기술 유출은 회사의 존망과 직결되기 때문에 보험차원에서라도 최소한의 보안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떤 첨단 보안 시스템이라도 보안의식이 따라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최첨단 문서보안 시스템을 갖춰 놓고도 책상 위에 중요한 서류를 방치한다면 중요한 기밀이 얼마든지 새나갈 수 있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는 “보안 의식을 높이는 게 보안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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