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는 등 지방경제에 경기둔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달 초까지 지방의 648개 업체 및 유관기관 등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 22일 발표한 ‘최근의 지방경제 동향’에서 “지방경제는 제조업 생산이 견실한 증가세를 지속하는 등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나 서비스업의 신장세가 소폭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의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4ㆍ4분기 중 반도체, 영상ㆍ음향ㆍ통신 등을 중심으로 14.9% 증가했다. 3ㆍ4분기의 9.2%보다 오름폭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인천ㆍ경기권의 경우 음식업을 중심으로 다소 부진했으며 제주의 관광산업도 지난해 12월 대선에 따른 관광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관광객 수가 9분기 만에 감소로 전환되는 등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비제조업매출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지난해 4ㆍ4분기 90으로 상승했다가 지난 1월 중 87로 하락해 최근 서비스업의 신장세가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나아가 올 들어 인천ㆍ경기권의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고 1월 제조업 업황 BSI도 지난해 말 이후 2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지난해 지방경제의 제조업 생산증가율은 전년 대비 9.0%의 비교적 높은 증가세를 보였으나 올해 증가율은 전년보다 둔화될 전망”이라며 “특히 서비스업황은 대부분 지역에서 원재료비 상승, 소비심리 위축, 영세업체 간 경쟁 심화 등으로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의 지적처럼 지방경제의 소비 위축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4ㆍ4분기 중 대형소매점판매액지수는 3ㆍ4분기 10.0%에서 2.7%로 뚝 떨어졌고 백화점 및 대형 마트 매출액도 각각 5.9%→2.7%, 13.4%→4.5%로 하락하는 등 소비심리 위축이 본격화했음을 예고했다.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역시 지난해 4ㆍ4분기 들어 현재생활형편 CSI가 전분기 90에서 84로 하락하는 등 소비심리가 비교적 크게 위축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은은 올해 대부분 지역에서 국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민간소비의 회복이 더딜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자금 사정 또한 다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어음부도율은 지난해 3ㆍ4분기 0.10%에서 4ㆍ4분기 0.12%로 소폭 상승했으며 부도업체 수도 370개에서 447개로 증가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지방경제가 지난해까지는 제조업 생산 증가세가 견조했으나 올 들어 대외여건 불확실성 확대로 경기하방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소비심리 위축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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