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의 쇼핑몰로부터 직접 물건을 구입하는 '해외쇼핑 직구족'이 늘고 있는 것이 사회적 경향이다.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동일한 물건, 혹은 더 양질의 물건을 생산지에서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해외직구의 장벽이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국내에 아직 입점하지 않은 브랜드나 구하기 어려운 물건을 해외직구를 통해 매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2013년 미국의 파격적인 쇼핑 할인기간인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일컫는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에 국내 해외직구 매출액은 10억 달러를 넘어 전년대비 111% 증가했다. 바야흐로 글로벌 쇼핑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쇼핑시대에 최근 해외주식도 편승하고 있다. 저금리, 저성장, 주식시장의 저변동성 속에서 투자상품의 대안을 찾기에 목이 타 들어가던 투자자들이 드디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해외시장을 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여 고비용, 저수익 구조를 먼저 경험한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들처럼 일각에서 일본보다도 빠르게 고령화 되어가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투자자들은 발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해외주식 직접투자가 최근에서야 가능해진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증권사들은 소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주로 오프라인(전화매매) 형식으로 해외주식 매매중개 서비스를 시행해 오다 중국주식 시장이 연간 300% 상승하며 중국주식 투자 붐을 일으켰던 2007년 이후 최소투자금액 제한 철폐, 수수료 인하, 해외주식 홈트레이딩 시스템(HTS) 개발 등의 서비스를 시행하며 해외주식 투자의 점진적인 대중화를 유도해 왔다.
2007년 이후 꾸준한 거래 규모를 유지해 오던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직접투자 수요가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증권사들은 앞다퉈 해외주식 직접투자 서비스 국가의 범위를 확장하거나 좀 더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수수료에 내놓는 등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이에 따라 경품제공이나 시세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의 각종 이벤트도 시행함으로써 해외주식 투자자들에게도 매매서비스를 하는 증권사를 각자의 필요사항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많이 넓어진 셈이다.
지난해부터 해외주식 직접투자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은 물론 국내시장의 저변동성 및 저금리로 인한 전체적인 투자기회 감소에도 원인이 있지만, 미국 주식시장의 수익성 부분에서도 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미국 주식시장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상장되어 있으며 작년 한 해 동안 다우지수는 약 23%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주식시장이 2007년 당시 2,000포인트를 상회하는 고점을 기록하고 지속적인 박스권에 머무는 동안 다우지수는 최근 4년간 견고한 상승을 했다. 2013년 기준 한국예탁결제원 통계에 따르면 위의 사유로 국내 해외주식 직접투자 거래대금 규모 중 미국주식의 투자비율이 65%를 상회한다고 나타났으며, 홍콩시장 투자금액이 20% 선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거래금액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해외시장인 만큼 해외주식 매매중개 서비스를 하는 증권사 대부분은 현재 미국·홍콩 등의 온라인 트레이딩 서비스(HTS)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및 홍콩 시장은 둘 다 상·하한가의 폭이 없어 위아래 15%의 범위에서만 움직이는 국내 주식시장보다 훨씬 큰 변동성을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다. 각각 해당 국가의 화폐인 미국달러(USD)와 홍콩달러(HKD)로 거래해야 하기 때문에 매매 시 먼저 환전해야 한다. 이에 주식 매매 시 얻은 손익금과 별도로 환차손익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홍콩주식 시장의 경우 매매 가능시간이 우리나라와 비슷해 불편함이 없지만 미국주식 시장의 경우 우리나라 기준으로 야간에 개장한다. 이에 따라 실시간으로 매매를 원하는 투자자들은 우리나라 기준으로 밤 10시 30분부터 거래 가능하다. 야간 거래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일부 증권사들은 낮 시간에 주문을 예약할 수 있는 '미국주식 예약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해외주식 시장에 직접 투자를 하면 특히 미국주식 시장의 경우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투자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ETF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주식 시장의 ETF 규모는 시장 전체의 약 7%이며 주가지수, 원자재, 금리, 통화 등 다양한 투자코드를 원하는 방향으로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유럽경기 회복을 예상하여 유럽에 투자하고 싶을 때 굳이 개별 종목을 알지 못해도 미국시장에는 유럽의 주가지수 및 금융, 제조업 등에 투자할 수 있는 ETF가 상장되어 있다. 다양한 섹터의 ETF가 정방향은 물론이고 역방향에 베팅할 수 있는 인버스도 풍부하다. 방향이 확실하다 자부한다면 레버리지를 이용할 수 있다. 2013년 하반기 엔화의 약세를 확실하게 예측했다면 기초자산에 2배의 움직임을 갖는 엔화 인버스인 YCS(Proshares Ultrashort Yen)에 투자할 수 있다.
미국에 비해 홍콩주식 시장은 특별한 이슈가 많다. 국내 투자자의 경우 홍콩에 상장된 중국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편이며, 최근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홍콩주식시장을 통해 매매할 수 있게 하는 호환 이슈가 발표됨에 따라 홍콩 및 상하이에 동시 상장된 주식에 긍정적 흐름을 주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이 많이 찾는 업종은 선진국 시장의 헬스케어, 인터넷 모바일 관련주, 전기차, 유럽관련 ETF 등이며 길리어드 사이언스(GILD), 구글(GOOGL), 중국의 텐센트(00700), 비아적(01211) 등의 종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해외주식은 별도의 국외자산으로 매매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자진신고 납부해야 한다. 연간 250만원 이상의 순이익분에 대해서는 다음 해 5월 종합소득세와 함께 신고해야 한다. 연간 손실분과 이익분은 상계할 수 있으며, 수수료 및 환차손 등 비용은 공제된다. 국내주식에는 해당되지 않는 양도소득세의 부과가 불편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분류과세로 종합소득세에 해당이 없기 때문에 ETF를 매매하는 거액 투자자의 경우 해외직접투자가 세금 납부 시 유리하다.
해외주식 직접투자는 투자의 기회를 확대해 다양한 상품에 직접 투자하여 수익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국내와 매매제도, 세금, 거래시간 등이 상이하므로 사전에 문의를 통해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