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5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 1∼3월 총수입은 84조1,000억원에 그친 반면 총지출은 101조6,000억원으로 적자폭이 지난해 1·4분기(14조8,000억원)보다 3조원가량 많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통 1·4분기에는 정부 수입보다 지출 수요가 많아 적자를 내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1~3월에는 통상적으로 세금수입이 빠듯하기 마련인데 정부가 경기를 살리려고 예산을 당겨 쓰는 ‘재정 조기집행’을 실시하면서 지출이 수입을 넘어서는 일이 다반사라는 뜻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1·4분기 적자폭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1·4분기 적자규모는 2012년 12조3,000억원이었으나 2013년에는 20.3% 늘어 14조8,000억원에 달했고 올 들어서는 이보다도 18.2%가 더 불었다. 그나마 올 1~3월에는 세금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7,000억원 증가(47조1,000억원→48조8,000억원)해 재정적자폭 추가 확대를 다소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2·4분기에는 나라살림이 더 악화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4월 중순부터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내수가 급격히 위축돼 부가가치세 등의 세수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세월호 사태 이후 상반기 경기대응을 위해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 비율을 55%에서 57%로 올려 약 7조8,000억원의 나랏돈을 5~6월 중에 더욱 앞당겨 쓰기로 한 것도 4~6월 재정적자를 유발할 수 있는 위협요소로 꼽힌다. ☞6면으로 계속
올해 들어 세수여건 악화, 지출수요 증가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면서 재정당국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간부는 “하반기에 경기회복세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만큼 세수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돼 재정적자 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며 “불요불급한 예산지출 요소는 없는지 살펴보고 하반기에는 불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크게 낮아진 점도 올해 나라살림을 악화시키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당초 정부가 올해 예산안을 짜면서 가정했던 환율 수준은 달러당 1,120원 수준인데 이미 현재 환율은 1,030원 밑으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10원씩 떨어지면 세금수입은 1,400억원가량씩 줄어든다는 게 정부의 예측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올해 원·달러환율이 1,000원선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내다보는 것을 감안할 때 환율하락에 따른 정부 예산안 대비 세수감소규모는 최대 1조원대에 이를 수도 있다. 기재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품목에 대한 부가가치세가 줄어들고 관세수입 등도 영향을 받게 된다”며 “환율 하락이 국내 소비를 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이것이 곧바로 관세 감소 등을 상쇄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하반기에는 경기상황에 따라 재정운용의 밑그림을 일부 수정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세수여건 등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의 재정수지 목표를 달성하려고 경직적으로 나라 살림을 펴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 3월 말 기준 국가채무(중앙정부)는 474조9,00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결산 대비 10조9,000억원 증가했다. 4월말 기준 보증채무 규모는 30조5,000억원에 이르렀다. 4월 말 기준 국유재산은 잠정치 기준 914조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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