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효과, 깜짝실적, 유동성, 바이코리아(Buy Korea), 출구전략'. 올해 국내 증시를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초 1,100포인트선에서 시작해 지난 9월 1,700까지 돌파한 후 연말로 접어들며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1년 전 1,000선마저 붕괴됐던 것과 비교하면 'V자'형 급반등에 성공했다. 결국 지난해 말 올해 외국인의 강한 순매수세를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국내 증권사들의 지수 전망치 역시 크게 빗나가고 말았다. ◇외국인 순매수 30조 돌파… 지난해 손실분 만회=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금액이 30조1,700억원에 달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무려 77조원어치를 팔아치웠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한국 증시에 대한 관점이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이는 국내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발 빠르게 대처한데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수출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큰 폭의 실적개선을 이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용원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국내 증시의 특징은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 대표 업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그리고 정책기반의 유동성 장세"라고 요약했다. 외국인들은 올해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지난해 평가손실분을 거의 회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인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증시에서만 109조원가량의 평가손실액을 냈지만 올해는 90조원가량의 평가이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배당까지 고려할 경우 사실상 지난해 손실분을 대부분 만회한 것으로 관측됐다. ◇증권사 올해 지수전망'낙제점'=그렇다면 과연 올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지수 전망 정확도와 추천 종목 활약상은 어떨까. 결론적으로 지난해 이맘때쯤 나온 증권사의 2009년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들춰보면 낙제점 수준이다. 지난해 11월~12월 초 사이에 증권사들이 내놓은 올해 코스피지수 고점을 보면 1,300선과 1,400선이 주류를 이뤘다. 1,500을 제시한 곳도 드물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따른 금융위기 공포가 국내외 증시를 덮친 탓에 전망 역시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신증권의 경우 올해 고점을 1,600으로 제시해 그나마 가장 근사치에 접근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올해 지수 전망이 빗나간 요인으로 외국인의 강력한 순매수세를 미처 점치지 못했다는 점을 꼽았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증시가 철저하게 외국인의 움직임에 따라 좌우됐고 국내와 선진국의 경기회복 속도에서 차이가 발생해 시장을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해 말 추천한 유망종목들의 수익률도 좋지 않다. 국내 5대 증권사 가운데 하나인 A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말 제시했던 '2009년 유망종목'의 올해 초 이후 평균 수익률을 집계해보면 34%에 그쳤고 B증권사 역시 38%에 그쳤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40% 오른 점에 빗대보면 쑥스러운 성적표일 수밖에 없다. 국내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에는 좀더 안정적인 흐름이 예상돼 전망이 크게 빗나갈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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