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에 갇힌 주식 시장에서 실권주가 틈새 투자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실권주는 현 주가보다 낮은 할인 발행이 대부분으로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상장 이후 주가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기업의 펀더멘털을 보고 투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2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실시한 실권주 청약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19~20일 진행된 써니전자(004770)의 실권주 공모 청약에는 8,185억여원이 몰렸다. 77만1,233주 공모에 4억8,725만3,060주가 청약해 63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GS건설(006360)이 9~10일 진행한 실권주 공모에는 4,475억8,793만400원의 자금이 몰렸다. 청약 경쟁률은 1,462대1에 달했다. 이트론(096040)의 2~3일 실권주 청약 경쟁률은 910대1이었다.
실권주 공모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발행가가 현 주가보다 낮아 신주가 상장하면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써니전자의 신주 발행가는 주당 1,680원으로 청약 마감일 주가(2,430원)보다 44.64%가량 할인됐다. 이 주가 수준을 유지한다면 44.64%의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신주는 오는 7월8일 상장될 예정이다.
GS건설의 신주 발행가는 2만7,600원으로 공모 당시 주가보다 18.12%나 낮았다. 신주는 25일 상장된다. 현 주가(3만3,200원·24일 종가)를 유지하면 20.28%의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다. 이트론은 실권주를 주가(3일·543원) 대비 72.88%나 할인된 365원에 발행했다.
실권주가 상장된 후 주가가 오르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가 몰리는 요인이다.
실제 올 들어 실권주를 상장한 후 추가 수익을 낸 종목이 있다. 이트론은 신주가 상장된 20일 616원의 종가를 기록해 실권주 투자자에 68.76%의 수익률을 제공했다. 신주 상장 후 주가는 더 뛰어 청약 마감일(543원)보다 18.73%나 올랐다.
실권주 투자가 공모 이후 주가가 떨어져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SMEC는 3월13~14일 진행한 실권주 청약에 자금이 5,363억원 몰려 415대1의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했다. 신주 발행가는 4,125원으로 주가 대비 12.73% 정도 쌌다. 3월28일 신주가 상장된 날 SMEC의 주가는 5,880원을 기록했다. 42.54%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실권주 공모 이후 SMEC 주가는 하락해 이날 현재 20.92% 내렸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 대비 할인율보다 기업의 사업 현황 등 미래 전망을 보고 실권주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증권사 PB 팀장은 "유상증자는 현재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기업의 미래 전망이 밝다면 물량이 희석되는 만큼만 하락하고 제자리를 찾거나 오른다"며 "검증된 기업의 실권주라면 투자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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