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을 둘러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갈등으로 미 연방정부가 17년 만에 일시 폐쇄(셧다운)에 들어갔지만 국내 증시는 별 영향 없이 상승 마감했다.
셧다운 공포가 이미 일부 반영된데다 폐쇄 기간도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보여 국내 증시가 크게 요동칠 일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예상과 달리 폐쇄 사태가 장기화하고 17일 부채 한도 증액 협상까지 실패로 돌아갈 경우 미국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와 증시는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일 코스피는 1.91포인트(0.10%) 오른 1,998.87포인트로 마감했다. 미국의 셧다운 소식이 전해진 직후 1,990포인트 초반까지 밀렸지만 외국인의 안정적인 수급에 장 막판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세까지 더해지며 낙폭을 회복하며 반등했다. 외국인이 1,499억원을 순매수한 가운데 기관이 107억원의 매수우위를 보이며 16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다. 개인은 1,485억원을 내다팔았다.
증권사들은 미국 연방정부 폐쇄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풍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여파가 크지도 않고 영향이 있어도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이야기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과거 17차례 있었던 미국 정부 폐쇄 기간에 코스피는 여덟 차례(47%) 올랐고 여덟 차례(47%) 하락했으며 한 차례(6%) 보합을 기록했다. 단순 회수로만 따진다면 정부 폐쇄에 따른 주가 등락 확률은 반반인 셈이다.
전문가들이 오히려 주목하는 부분은 부채 한도 증액 이슈다.
오는 17일까지 부채 한도 증액에 실패할 경우 미국 정부는 사상 유례없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맞는다. 설상가상으로 셧다운 사태가 2주를 넘겨 17일까지 이어진다면 미국 경제는 본격적으로 위기에 봉착하고 대미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셧다운 사태가 미풍이라면 부채한도 증액 실패는 태풍인 셈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셧다운 사태는 정치적 성격이 큰 이슈인데다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여 미국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부채한도 증액은 다르다"고 평가했다. 배 연구원은 지난 2011년 미국의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주가 하락을 예로 들었다. 당시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부채한도 논란이 불거지자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한단계 낮춘 AA+로 조정했고 이 여파로 코스피는 당일 70포인트 넘게 폭락, 이후 연일 주가가 내리막을 걸어 9월 한때 주가가 1,600포인트 대까지 내려앉았다.
배 연구원은 다만 "부채한도 증액 협상까지는 3주 정도의 시한이 남아 있고 셧다운 사태가 17일까지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1일 저녁 발표되는 미국의 9월 ISM제조업지수와 이번주 말 나오는 미국 고용지표 등 글로벌 경기지표가 좋게 나오고 셧다운 기간이 단기에 그칠 경우 미국 증시의 반등과 함께 최근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한국 증시도 기술적 매물 구간인 2,050선까지는 상승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도 "공화당은 2011년 8월 부채한도를 두고 갈등을 키우다가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선거에서 참패한 전력이 있다"며 "연방 정부 폐쇄와 부채한도 실패에 따른 디폴트라는 시나리오는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고 이 때문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도 안정적인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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