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7~8월 임기가 끝난 은행 임원들과 계열사 대표의 임기를 모두 올 12월까지로 연장했다. 소폭이기는 하지만 통상적인 1년 연장이 아닌 4~5개월간의 '한시적 연장'이라는 점은 다소 이례적이다. 여기에 12월 임기 만료를 앞둔 은행 임원과 계열사 대표들의 숫자가 상당해 올해 말 KB에서 대규모의 임원 인사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KB 안팎에서는 연말을 기점으로 KB금융그룹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종규 회장 2기 체제가 본격 출범하는 셈이다. 올해까지는 조직 안정 차원에서 현 체제를 그대로 끌고 가되 내년을 앞두고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윤 회장의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은행장 분리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은행장이 신규 선임될 경우 그룹 내에서 상당한 규모의 인사 이동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것.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KB금융이 대우증권의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인데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현실적으로 지주 회장과 은행장 분리 가능성도 높아지지 않겠느냐"며 "이 같은 점들이 복합적으로 고려된 인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7월 임기가 만료된 김종현 국민은행 정보보호본부 상무와 8월 임기가 만료된 박정림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의 임기를 12월31일까지로 한시 연장했다. 이와 더불어 8월 임기가 만료된 이희권 KB자산운용 사장도 연말까지 유임됐다.
여기에 올해 말에는 강문호 여신그룹 부행장, 허인 경영기획그룹 전무 등의 임기가 만료되고 KB그룹 내 계열사 대표들도 대부분 임기를 채운다. KB가 인수한 KB손보의 김병헌 대표와 그룹 내에서 은행 다음으로 큰 계열사인 KB국민카드의 김덕수 대표, 박지우 KB캐피탈 대표의 임기도 내년 3월까지이기 때문에 연말 연초에 걸쳐 KB 내에서 상당한 규모의 인사 수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대적으로 임원 및 계열사 사장단의 재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KB 사태 이후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윤 회장은 올해 철저히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두고 경영을 해왔다. KB금융은 올 상반기 대규모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하고도 9,446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은행 혁신성 평가 기술금융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윤 회장은 내년부터 1,100여 개 지점 혁신, 지점장의 소 CEO화, 비은행 계열사 강화 등을 구체적으로 시현하며 본격적인 자신만의 경영 색깔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12월의 인사는 그래서 일반적인 정기 인사라고만 보기 어렵다. 윤 회장 2기 체제의 출범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가장 큰 관심은 국민은행장 분리 여부다. KB 안팎에서는 이제 겨우 제자리를 찾은 KB금융그룹의 현실을 감안하면 당분간은 윤 회장 겸임 체제가 더 안정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KB금융이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비은행 계열사의 비중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인사 구도는 다시 바뀔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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