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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전쟁에 멍드는 IT시장] <상> 소송 남발하는 IT공룡



M&A를 통한 특허‘싹쓸이 쇼핑’까지, 소송 막는 비용만 한해 20조

과도한 소송은 업계 경쟁력 해치고 소비자 선택권 침해 우려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의 특허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가전, 모바일 등 여러 부분에서 특허 전쟁이 진행 중이지만 스마트폰을 대표로 하는 모바일 부문이 가장 치열하다.

모바일이 특허 전쟁의 최전선으로 떠오른 것은 산업계의 경쟁구도 변화와 무관치 않다. 스마트폰은 고부가 가치 제품일 뿐만 아니라 기술 혁신의 속도가 가장 빠르다. 첨단 기술과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한 업체가 미래의 시장 패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점 ??문에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IT 공룡들의 특허전쟁 각축전의 장이 되고 있다.

◇남발 되는 특허 소송=특허 분석업체인 렉스 머시나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모바일 분야의 특허 소송은 매년 20%씩 늘어나고 있다. 이는 특허 소송이 과거처럼 협상 카드가 아니라 적극적인 공격의 수단이자 방어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특허 소송이 크로스 라이선싱 협약이나 로열티 지불 등의 합의로 분쟁이 종료되곤 했지만 지금은 판매금지 등 실제로 경쟁사에 타격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현재 전세계 9개국에서 50여건의 소송을 진행 중인데 판매 금지를 병행하며 경쟁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두 회사의 특허 소송은 장기전으로 이어지며 결국 합의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IT업계의 특허 분쟁이 천문학적인 소송 비용을 유발해 업계 발전을 저해하고 소모전 양상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술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허권이 오히려 IT 산업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구글 노믹스의 저자인 미국의 언론인 제프 자비스는 “혁신, 성장이 아닌 소송을 막기 위해 사용된 비용만 2011년 한해 동안 무려 180억 달러(약 20조원)”이라며 특허 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허 ‘싹쓸이 쇼핑’까지=최근 들어 IT기업들은 특허 분쟁과 로열티 요구를 사전에 방어하기 위해 특허를 보유한 기업들을 인수ㆍ합병(M&A)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MS와 함께 캐나나 통신업체 노텔의 특허권을 45억 달러에 인수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구글은 모토로라를 125억 달러에 인수했다.



빈틈 없는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해 경쟁사를 공격하고 경쟁사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포석이다. 하지만 이같은 경쟁적인 특허 싹쓸이 쇼핑은 과열된 특허 전쟁의 일면으로 결국 ‘버블’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를 통해 확보한 특허가 과연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느냐는 회의적”이라며 “모토로라가 보유한 특허 1만7,000건 가운데 가치 있는 특허는 20건 내외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IT공룡들이 이처럼 특허에 목을 매는 것은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투자 개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 확보를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된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것도 같은 움직이다. 손민선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특허가 기술을 넘어 경쟁의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특허를 두고 치열하게 다투는 거대 IT기업들이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결국 IT산업의 새로운 질서를 세울 수 있는 권력”이라고 지적했다.

◇특허 올인으로 인한 부작용=삼성전자가 이날 사내 공지를 통해 ‘소송’ 보다 ‘혁신’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것처럼 과거 특허 소송으로 경쟁사를 견제하다가 무너진 기업들의 사례가 새삼 눈길을 끈다. 휴대폰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노키아는 2009년 10월과 12월 애플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무기로 휴대폰 사업 순이익에서 앞서 나가자 제품 경쟁보다는 특허 공방을 통해 새로운 경쟁자를 견제하고자 한 것이다. 노키아는 2년에 걸친 특허 소송 끝에 특허 사용료를 받는 조건으로 사실상 승리했지만 출혈은 컸다. 현재 노키아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밀려났다.

지난 1976년 폴라로이드와 코닥의 특허 소송도 대표적인 사례다. 폴라로이드는 코닥의 즉석 카메라 제품이 특허 12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미국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폴라로이드는 코닥 매출의 5%를 로얄티로 요구했지만 거절 당했다.

당시는 카메라 산업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중요한 시점이었다. 시장 흐름에서 뒤쳐져 있던 폴라로이드는 제품 혁신 보다는 특허를 통해 경쟁자인 코닥을 견제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15년간의 긴 소송 끝에 1991년 결국 폴라로이드가 승리했다. 하지만 폴라로이드는 디지털 카메라 등 새로운 제품 개발 등에는 소홀히 했다. 소송 승리 10년 후인 2001년 폴라로이드는 파산보호 신청을 하며 카메라 산업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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