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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대출 3년새 35조↑… 금리인상 땐 가계부채 뇌관될 수도

주담대보다 증가율 가파르고 '숨은 빚'도 많아

경기침체 지속 땐 수익 악화… 대출 부실화 우려


중견기업에서 퇴직한 정모(63)씨는 퇴직 후 몇 년을 일없이 지내다 아들 내외 부담도 덜고 용돈 벌이도 할 겸 고향인 강원도 춘천에 칼국수 집을 열었다. 목돈이 없어 전세를 반월세로 돌리고 전세금 중 7,000만원을 식당 개업에 밀어 넣었다. 1년여 만에 자본금을 날리고 홀서빙 등 종업원 인건비 등을 위해 몇 달 전부턴 자영업자대출도 받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결국 최근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 자영업 1년, 정씨에게 남은 건 날아간 전세금과 신용대출, 자식들의 비난이다.

자영업자 빚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율까지 뛰어넘었다. 우려스러운 점은 경기침체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경쟁이 격화되면서 자영업자 부채의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부채 상당액 자영업자대출, 집계보다 더 커=21일 신한·국민·우리·농협·하나·외환은행 등 6개 국내 시중은행의 자영업자대출은 지난 3월 말 기준 144조5,244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서 석 달 동안 4조원 넘게 늘었다. 이들 은행의 자영업 대출은 2011년 104조7,800억원, 2012년 115조2,505억원, 2013년 126조9,384억원, 지난해 말 140조5,121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부터 3년 사이에 35조원 이상 늘었다. 이렇게 자영업자대출은 매년 증가폭이 커져 왔지만 올 들어서는 더욱 두드러진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자영업자대출 외에도 영세 자영업자 중 상당수가 주택담보대출 등을 받아 창업에 나서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자영업자들의 부채는 집계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은행권 안팎에서는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중 절반가량이 자영업자들의 운영자금으로 쓰였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고 있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존 주택담보대출 등을 자금 용도별로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상당 부분은 자영업대출과 생활자금 등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소규모 자영업자 빚까지 포함하는 광의의 가계부채인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채는 지난해 말 1,295조원으로 전년 대비 75조4,000억원 증가했다.

자영업대출 증가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해 자영업으로 몰리고 있는데다 내수 불황으로 적정 수익을 내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빚으로 운영자금을 충당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장기화된 저금리에 따른 금융권의 확장적 대출정책도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빚을 얻어 창업한 자영업자들의 상당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수입에 빚만 떠안은 채 가계 문을 닫고 있는 형편이다.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3년 단위로 집계하는 자영업자들의 평균 월 매출은 2010년 990만원에서 2013년 877만원으로 줄었다. 3년 새 연간 매출이 1,300만원 넘게 준 셈이다. 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지원 규모는 8,872억원으로 전년 대비 20.5% 증가했다. 건수로도 7,209건으로 전년 대비 67.6% 늘었다. 자영업자들이 원금 상환이 어려워지면서 프리워크아웃 신청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자영업 가구당 부채는 2010년 7,131만원에서 지난해 8,859만원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증가속도…가계대출 증가율 추월=더욱 우려되는 것은 자영업자대출의 증가 속도다. 증가 규모를 보면 2012년 한 해 동안 10조4,705억원, 2013년 11조6,879억원, 2014년 13조5,737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자영업자대출 증가율은 부동산시장 활성화로 매월 사상 최대를 경신하고 있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넘어섰다. 올 3월 말 기준 한은이 집계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570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3월(529조946억원) 대비 9.1%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자영업자대출 증가율은 11%에 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추월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올해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많이 늘고 있지만 사실 최근 더 빠른 증가세를 보인 것은 자영업자대출"이라고 말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연금 등 노후준비가 부족해 50~60대 이상 고령층이 은퇴 후 자영업으로 뛰어들고 경기침체로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자영업자 대출의 질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사업자 대부분은 자영업자인데 자영업 대부분이 경기민감 업종이어서 경기가 나빠지면 대출도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영업의 성격상 소득이 불안정한데다 주로 경기민감 업종에 몰려 있어 경기침체가 이어지면 가계부채보다 상환능력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는 노후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퇴직해 자영업으로 은퇴준비를 하는 50대 이상의 자영업자 비율이 높아 이들이 개업 후 실패하면 재기가 힘든 것은 물론 사회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금리인상시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자영업자대출이 폭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며 "경기침체로 자영업자들의 가처분소득이 줄어 채무상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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